이 기사는 2020년 10월 05일 07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기주식(자사주) 활용은 다양하다. 상장사가 기업가치(주가)를 관리하는데 가장 손쉽게 쓸 수 있고 경영권 방어와 가업 승계 등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수로 꼽힌다. 그만큼 많은 주주들이 자사주 활용에 집중한다.코스닥 시장에 20년 넘게 상장된 전시 전문기업 시공테크도 자사주 활용에 적극적이다. 올해도 1월과 3월 각각 10억원의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맺었다. 주가 안정이 목적이다. 시공테크는 2009년과 2017년, 2018년 각각 한차례씩 체결한 신탁 계약을 연장하며 최근까지 총 102만5475주를 자사주로 분류했다.
그런데 올해 8월 말 신탁 계약 보유분 일부가 오너 2세 손으로 넘어갔다. 박대민 경영기획본부 상무가 주인공이다. 부친인 박기석 회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유력한 승계자다. 박 상무는 2013년 경영 수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 처음 주식을 사들이며 승계 행보에 첫발을 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호재다. 특히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의지로도 읽힌다. 다만 박 상무의 주식 매입을 두곤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가 올해 57만2769주를 사들인 가운데 신탁계약 분 45만2570주가 포함된 것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 상무가 시간외 대량매매로 사들인 물량으로 처음에는 거래 상대방도 공개되지 않았다. 거래 상대방이 대신증권이며 해당 주식이 신탁 계약 중인 자사주란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시공테크는 신탁 계약된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 내용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직접 취득한 자사주는 취득과 처분 과정, 수량 등이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또 공시 의무를 지녀 일반 주주들에게도 공개된다. 반면 신탁 계약된 자사주는 이 같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시공테크는 사내 이익금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신탁 계약 보유분이란 이유로 오너 2세에게 소리없이 넘겼다. 박 상무의 자사주 취득도 다른 상장사처럼 오너 일가가 책임경영 등에 나선다는 데 목적이 있었다. 다만 신탁 계약으로 보유했던 자사주를 오너 2세 손에 넘기는 과정이 개운하지 않았던 점은 주주들에게 찝찝함을 낳게 한다.
더구나 박 회장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지지하며 저평가됐던 회사 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언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오너 일가의 자사주 활용이 개인의 '사리사욕'에 그칠지 책임경영으로 읽힐지는 결국 경영 성적으로 입증될 것이다. 박 회장의 연초 공언이 같은 선 위에 있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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