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흔드는 KDBI 둘러싼 두 가지 논란 두산인프라·한진重 인수전 공정경쟁 논란, 산은과의 독립성도 '물음표'
박기수 기자공개 2020-10-19 15:02:4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5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한진중공업 등 KDB산업은행이 출자한 관리 대상 기업들을 KDB인베스트먼트(KDBI,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가 인수하려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적정성 논란과 산은과 KDBI의 독립성 논란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작년 7월 탄생한 KDBI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작품이다. 이 회장은 산은 본연의 역할을 정책금융으로 여겼다. 이에 산은의 역할을 '혁신기업 지원을 통한 국내 산업의 세대 교체'로 설정하고 기존 역할이었던 출자 회사 관리를 KDBI로 이관했다.
산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대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12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집단으로 이관하는 등 KDBI는 설립 당시부터 업계 내 논란이 짙었다.
◇KDB-KDBI 관계 없다는 주장은?
산업은행은 KDBI의 유한책임사원(LP)이다. 자본시장법 제249조 11에 따르면 LP는 GP의 업무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즉 산은은 KDBI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KDBI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산은이 사전에 지시를 했거나 협의가 이뤄졌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이동걸 회장과 산은이 "KDBI가 현대중공업그룹과 컨소시엄을 맺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KDBI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며 KDB와 KDBI 사이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은 당연한 처사다.
다만 근본적으로 GP는 LP의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인다. 재계 관계자는 "GP와 LP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LP의 이해관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LP는 사원총회를 통해 이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그 LP가 국민 혈세를 운용하는 국책은행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DBI의 인수전 참여가 산은과 무관하다고 산은은 설명하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산은 입장에서 KDBI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여는 산은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다. 산은의 재가가 없었다면 KDBI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었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M&A 전문 변호사는 "KDBI는 산은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라면서 "KDBI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여 역시 산은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는 당연한 절차이며 자본시장법상 위반 사안도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진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KDBI가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법리적 문제는 없다. 다만 문제는 경쟁의 공정성을 놓고 봤을 때 논란이 생길수 있다는 점이다.
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와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참여한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이미 KDBI의 등장에 낙심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회사의 '갑' 격인 채권단이 경쟁자로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 요소라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이럴거면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지 뭐하러 공개 경쟁의 절차를 밟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도 지적한다.
◇대표-감사위원 겸직 논란, 사외이사도 산은 관련 인물?
KDBI의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산은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 우선 이대현 대표이사는 2016년 9월부터 산업은행의 수석부행장을 맡던 인물이었다. 잠시 산은을 떠나있었던 이 대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부름을 받고 KDB인베스트먼트 초대 대표이사가 됐다.
외부 인사도 아닌 산은 출신 인물의 KDBI 대표이사 역임 자체도 산은과 KDBI간의 독립성 문제를 야기할 여지가 있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구성이다.
통상 한 법인의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보좌하며 견제하는 기능을 맡는다. 이에 경영진이나 모·자회사의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독립성을 제고된다는 것이 거버넌스 업계의 중론이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사외이사는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과 장범식 숭실대학교 교수다. 김동환 부원장은 이동걸 회장과 서울대 동문이며 금융연구원에서 근무했던 경력 이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개혁외의 위원을 지냈던 장 교수는 최근 산은이 설립한 SPV(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을 사는 특수목적기구) 운영에 자문 역할을 하는 투자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선임된 바 있다.
회계 감사 등을 수행하는 감사위원의 구성도 이례적이다. 통상 감사위원단은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KDBI의 경우 이대현 대표가 감사위원회에 속해있다. 이 역시 독립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투자회사 역시 대표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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