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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인텔 낸드 사업부 빅딜 어떻게 성사됐나 1년전 프라이빗 협상…코로나 불구 강한 의지 반영

한희연 기자공개 2020-10-20 13:34:04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0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깜짝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협상 과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10조원을 웃도는 거래 규모도 상당하지만 양측이 철통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초대형 빅딜을 성사시킨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사실 이번 딜은 지난해부터 논의가 진행돼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 여파에도 불구하고 인텔과 SK하이닉스의 전략적 니즈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딜이 성사됐다는 것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의 NSG(Non-volatile Memory Solutions Group)의 낸드(NAND) 사업 부문 전체(옵테인 사업부 제외)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새벽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번 딜은 인수가격만 90억 달러(10조 3104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딜이다.

낸드 사업부 M&A에 대한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논의가 시작된 시점은 1년전 쯤이다. 인텔은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사업 정리를 내부적으로 추진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 의지가 강했다. 양측의 니즈가 접목돼 1년여간의 프라이빗한 딜이 시작됐다고 거래 당사자들은 설명했다.

인텔은 반도체 사업의 오랜 강자지만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을 벌이면서 1980년 CPU(중앙처리장치)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인텔은 메모리사업부문도 영위하며 낸드플래시를 생산해 왔다. 하지만 최근 AMD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2018년 시장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최고경영자에 오른 밥 스완 CEO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비주력사업의 정리를 예고해 왔다.

인텔의 메모리사업부문 정리 니즈는 SK하이닉스에는 또 다른 기회였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자였다. 하지만 6위인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2위의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 계획을 가지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2017년부터 낸드플래시 강화를 추진했으나 성과는 더뎠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의 수직 상승 뿐 아니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솔루션 역량 강화도 꾀할 수 있다. 인텔은 오랜기간 기업용과 일반 소비자용 SSD 부문을 육성해 왔는데 SK하이닉스가 최근 SSD 판매비중을 높이고 있는 점과 결부시키면 상당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었다.

특히 인텔은 지난해 초 전문경영인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거친 로버트 스완을 앉히면서 과감한 사업 재조정 작업에 착수했고, 이번 낸드 사업부 매각 역시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결과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인텔은 작년 말 5G 모뎀칩 사업을 애플에 매각한 바 있다.

양측은 서로간 니즈를 확인하고 곧바로 협상 작업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 쪽의 경우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미국팀과 한국팀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딜의 구조와 거래와 관련된 제반사항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 가치평가는 딜로이트안진이, 법률자문은 김앤장과 외국계 로펌인 스캐든압스가 각각 맡았다. 인텔의 경우 BofA메릴린치의 미국팀이 참여해 협상을 이어갔다.

양측의 전략적 방향이 명확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관점에서 시작된 딜이라 협상 과정은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연초 코로나19 등의 대외변수가 나타났고 예기치 못하게 딜의 속도는 더뎌졌다. 아무래도 크로스보더 거래라 딜을 위한 실사 작업 등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비껴가지 못한 탓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 딜은 다시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셀러와 바이어의 딜 완수 의지가 상당히 강한 상황에서 진행된 영향이 컸다. 결국 양측은 20일 새벽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딜을 성사시켰다.

SK하이닉스는 우선 내년말 1차 클로징을 통해 70억 달러를, 2025년 2차 클로징을 통해 20억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현재 현금 수준과 회사채 등을 통한 차입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인수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경간 거래로 중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신고 등 추후 필요한 작업들이 많아 딜의 클로징까진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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