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2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의 출발은 가계부채 안정화였다. 정부는 2014년 커버드본드 관련 법을 제정해 은행의 조달길을 넓혔다.은행이 안정적으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조달처를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 자산을 담보로 설정한다. 담보자산뿐 아니라 발행사에도 상환 의무를 부여해 조달 안정성을 높였다.
원화 커버드본드가 국내 시장에 첫 삽을 뜬 건 법률 제정 후 5년이 흐른 지난해부터다. 시장 조성을 위한 토양 없이 법률 기반만 갖추다보니 은행들의 외면이 이어졌다. 지난해 1월 금융당국이 원화 커버드본드 조달 시 예대율 수혜를 주겠다고 밝히자 비로소 발행이 시작됐다.
시장이 형성된 지 1년이 흐른 지금, 원화 커버드본드의 한계는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번엔 투자 시장이 발목을 잡았다. 투자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슈어 주도로 발행이 이뤄지다보니 커버드본드로서의 금리 메리트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만의 강점을 살릴 수 없자 은행들도 예대율 방어를 위한 일시 조달처로 여기는 모습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순환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 발행사만 아우성치는 곳은 온전한 시장으로 볼 수 없다. 물론 커버드본드 활성화에 나선 금융당국이 투자 시장을 등한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예대율 혜택과 더불어 은행과 보험 기관을 대상으로 한 투자자 측면의 수혜도 준비했다.
문제는 실효성이 미미한 방안이었다는 점이다. 현재 주요 투자자인 은행과 연기금만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떨쳐낼 수 없다. 보험사에 대한 투자 혜택은 2022년 시행 예정인 탓에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관련 업계에서는 커버드본드 투자층 확대를 위해 운용사를 공략하고 있지만 해당 채권의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투자자의 외면이 이어지는 한 원화 커버드본드의 시장 안착은 불가능하다. 커버드본드 시가 테이블 마련을 통한 유동성 확보나 운용사 유입을 위한 정책적 혜택 부여 등 관련 업계에서 기대하는 활성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한 번의 눈길만으로 시장 완성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성 이후에도 시장 한계를 살피고 이를 보완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법률 제정 5년만에야 겨우 모습을 드러낸 원화 커버드본드가 당국의 무관심 속에 또다시 방치되진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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