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본드 영역 확장 꾸준…전망은 '먹구름' [Market Watch]금리 조건 부담, 투자 수요 미미 '이중고'…유로화 시장, 준비 기간 상당
피혜림 기자공개 2020-07-29 15:51:5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8일 0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첫 발행으로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물꼬를 튼 데 이어 올해 우리은행과 SH수협은행 등이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이어 KB국민은행이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등 외형 확장세는 꾸준했다.하지만 커버드본드 시장에 대한 단기 전망은 어둡다.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의 수급 변동성 확대로 이달 조달에 나선 SH수협은행은 금리 메리트조차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 수요가 미미한 점 역시 한계로 지목된다. 투자층이 탄탄한 유로화 커버드본드의 경우 KB국민은행의 조달로 달러채 대비 금리 절감 효과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준비 기간이 길어 후발주자가 등장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 원화 조달 동참…시장 한계 부각
이달 20일 SH수협은행은 11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올해 5월 우리은행이 2000억원어치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지 두 달여 만이다.
SH수협은행의 첫 커버드본드 발행은 녹록지 않았다. 당초 6월 발행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조달 수요가 충족되지 않아 쉽사리 발행에 나서지 못했다. 은행채 5년물과 비교해도 높은 금리로 발행에 나선 배경이다. SH수협은행의 발행 금리는 1.39%로,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발행 2영업일 전 AAA등급 은행채 5년물 만기수익률(1.34%) 대비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커버드본드는 높은 상환 안정성을 기반으로 은행채 대비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커버드본드는 채권 보유자가 발행자에 대한 상환청구권과 기초자산집합(Cover pool)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동시에 갖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커버드본드 신용등급을 발행사보다 높게 부여하는 이유다.
반면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커버드본드의 안정성이 금리 메리트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저금리 기조 심화 등으로 적정 가격 수준을 형성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 시중은행이 산금채 수준의 금리를 형성하거나 은행채 민평 대비 1~2bp 낮은 수준을 형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채권 시장 내 수급 불안이 심화된 데다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 수요층이 형성되지 않은 점 등도 마이너스 요소다. 공사채 발행량 증가로 'AAA' 채권 투자처가 양분된 점 역시 부담이 되고 있다.
◇예대율 규제 유예, 발행 시장 위축
예대율 규제 유예도 단기적으로 시장 성장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대율 규제가 다소 느슨해지자 은행의 발행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내년 6월까지 은행이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위반하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유예로 지난해 조달에 속도를 높였던 기존 커버드본드 발행사들이 잠시 한숨 돌리는 모습"이라며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첫 발행을 위해 준비 작업에 나섰던 발행사들만이 올해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수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첫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설 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2020년 커버드본드 발행계획안을 가결했다.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께 조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커버드본드, 유로화로 영역 확대…연내 추가 조달 어려울 듯
커버드본드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는 곳은 유럽 시장이다. 커버드본드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유럽의 경우 투자층이 확실한 데다 해당 채권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국내 발행사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018년부터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이어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첫 발행을 기점으로 유럽 시장이 새 조달처로 부상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처음으로 5억유로 규모의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찍어 금리 메리트를 입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조달로 KB국민은행이 달러채 대비 20~30bp가량의 금리 절감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매년 한국물 발행에 나서는 등 외화 조달 수요가 꾸준하다. 외화 조달 시장을 커버드본드로 확장해 금리를 절감하고자 할 필요성이 충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외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프로그램 설정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시중은행이 유로화 조달을 준비하더라도 실제 발행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유로화 혹은 글로벌 커버드본드 발행 이력이 없어 투자자에게 친숙도가 높지 않은 점 역시 한계로 지목된다. 그동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달러 커버드본드, 유로화채권을 발행한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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