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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찾는 중견 패션]'오프라인' 성장 한계, '온라인' 돌파구 될까①대기업·신생업체 사이 수난 시대, 소비 양극화에 길 잃은 중가 의류

정미형 기자공개 2020-11-05 08:14:18

[편집자주]

국내 중견 패션업체는 대기업 덩치에 눌리고 신생 기업 성장에 치이고 있다. 자체 브랜드의 인지도를 발판으로 패션 시장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성장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벨이 중견 패션업체의 현주소와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2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패션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전략을 달리 짜고 있다. 그동안 가두점·백화점 등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탓에 온라인 진출을 망설여오던 곳들이다.

최근 몇 년간 중견 패션업체들은 위로는 대기업들에, 아래로는 신생 패션업체들에 도전을 받아왔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들의 영토 확장과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신생 업체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사이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중견 패션업체들은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채널 다변화에 나서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미 ‘무신사’나 ‘더블유컨셉트’ 등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승승장구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중견 패션업체들이 기회를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웃도어·SPA부터 에슬레저 브랜드까지 거센 도전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중견 패션업체들의 황금기였다. 온라인 소비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였다. 여성복과 남성복 시장의 성장 그리고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중견 패션업체들은 패션 대기업과 더불어 국내 패션 산업을 이끌었다.

2010년 이후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면서 중견 패션업체들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 5일제가 정착되고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며 패션 트렌드가 변화가 주요인이었다. 여성복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 온 기존 중견 패션업체들은 뚜렷한 차별화에 나서지 못하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들자 도산하는 업체도 잇따라 생겨났다.

대표 중견 패션업체들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업체들의 파고도 높았다. ‘자라’, ‘H&M', '망고’, ‘갭’, ‘유니클로’ 등 다양한 형태의 SPA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하며 국내 패션 시장의 지형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 중 이랜드나 신성통상도 각각 ‘스파오’와 ‘탑텐’을 론칭하며 국산 SPA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지만, 신원, 형지, 세정, 대현 등 명맥을 잇고 있는 중견 패션업체들은 기존의 전통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더 큰 위기는 온·오프라인을 가르는 소비 패턴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2010년 중반부터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패션 의류 소비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삼성물산이나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등 패션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온라인몰로 성장 활로 모색에 나섰지만, 중견 패션업체들은 온라인 진출을 망설이는 곳들이 많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패션 의류 상품의 경우 실제로 입어보고 구매로 이어지는 경향이 커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졌던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소비 양극화도 중견 패션 업체들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며 “명품 등 고가와 SPA 등 저가 의류로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중가 제품을 만드는 중견 패션업체들의 위치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사면초가', 뒤늦은 온라인 승부수

중견 패션업체들의 돌파구 모색이 길어지면서 실적 타격도 적지 않았다. 신원은 2017년부터 실적이 정체되기 시작하며 140억원대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로 줄었고, 세정은 2013년 이래 매출 감소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교복과 골프의류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2016년 5000억원을 넘긴 매출액은 지난해 4100억원대로 줄었다. 인디에프 역시 2017년을 기점으로 외형 성장세가 꺾였다.

특히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장기 불황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지면서 대책 마련을 더는 늦출 수 없게 됐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로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한 유통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탓이 컸다.


업체 대부분이 돌파구로 삼은 것은 온라인이다. 온라인을 활용해 채널 다각화에 나서면서 판매수수료나 관리비를 줄이고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대현은 올해 9월 자사몰을 오픈했고, 신원은 기존 자사몰을 종합 패션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세정은 지난해 3개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했다. 기존 브랜드의 경우 자사몰뿐만 아니라 홈쇼핑, 오픈마켓 등으로 온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했다. 인디에프도 ‘바인드’라는 편집숍을 운영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동시에 온라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온라인 시장이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데다 대기업들의 온라인 전략과도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막 온라인 채널 강화에 나선 중견 패션업체들은 관련 홍보나 사용자환경(UI) 개선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견 패션업체의 경우 온라인몰 진출을 위해서도 관련 인력을 새로 뽑는 등 신규 투자가 선행돼야 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았다”며 “또한 온라인에 주력할 경우 주요 매출 창구 중 하나인 대리점과의 상생 문제와도 이어지기 때문에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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