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원뱅크 통합 진통]BNK금융, 부산·경남은행 합병 '적기 vs 아직'③구조조정·점포정리 불안감에 갈등 첨예…필요성 공감 목소리도 확산
김현정 기자공개 2020-11-09 07:50:54
[편집자주]
부·울·경을 아우르는 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까. BNK금융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통합 논의에 돌입했다. 이는 곧 '생존'과 맞물린 문제다. 코로나19로 지역 경기가 휘청이고 디지털전환(DT)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환경 속에 거대 은행으로 재출범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안팎의 반발이 만만찮다. 양행 통합론의 속사정과 걸림돌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은행이 BNK금융그룹에 소속된 지 6년가량 흘렀지만 투 뱅크 통합의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중복점포 정리,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경남은행 측의 거센 반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반면 부산은행 내부에서는 투 뱅크 체제 유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무의 비효율성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남권을 하나의 영업권으로 묶는 게 양행 모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경남지역민들의 동의와 경남은행 임직원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정서 난제, 경남은행 내 구조조정 불안감 높아
BNK금융은 2014년 경남은행을 물리적으로 흡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두 은행을 화학적으로 묶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경남은행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BNK금융은 2014년 인수 시 5년간 투뱅크 체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한 기간을 넘긴 지 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국내 사례들을 살펴보면 통합은행 출범의 길은 험하지만 대부분 5년 내에 결론이 나왔다. 애초에 통합을 염두에 두고 실시한 인수·합병이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03년 8월에 조흥은행을 인수했고 약 3년간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다 2006년 4월 두 은행을 통합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2010년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했지만 2014년 조기통합을 추진하고 2015년 9월 합병법인을 출범시켰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사례를 보면 투 뱅크 체제는 과도기적 성격이 강했지만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현 상황은 결이 전혀 다르다. 사실상 지방은행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그 핵심 이유로 거론된다.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민에 대한 금융편익 제공, 지역간 균형발전 견인 등에 설립 목적을 둔다. 경남은행은 울산·경남 지역의 대표 은행으로 해당 지역발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남지역민들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을 지속해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3년 말 경남은행 매각 절차가 진행되던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BNK금융이 인수할 경우 경남은행을 더 이상 지역은행으로 보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경남은행이 운용 중인 18개 시·군의 금고를 모두 해지해 다른 은행으로 옮겨버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경남지역 상공인들이 직접 나서 ‘경은사랑컨소시엄’을 만들고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경남·울산은 부산과 동일 경제권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경남은행은 여신 자산 가운데 지역 거점 중소기업 비중이 70~80%에 이른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민심을 잃는다면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남은행이 BNK금융에 소속된 지 6년이 흐른 지금은 이런 지역정서가 많이 흐려졌다. 하지만 경남지역 내에 비슷한 기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합병을 둘러싼 경남은행 직원들의 반발도 크다. 하나은행 등 선례를 보면 점포 정리와 직원 명예퇴직 등은 통합 후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은 현재 김해, 부산, 울산, 양산 등지에 18개 복합점포가 있다. 통합이 되면 이들부터 정리하는 게 당연한 절차란 내부 판단이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함께 시작될 것이란 불안감이 높다.
반면 부산은행과 BNK금융지주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상황이다. BNK금융은 1조2000억원대에 달하는 최고가를 써내며 2014년 경남은행을 품에 안았다. 부산에 국한되지 않고 울산·경남 등 동남경제권의 대형 로컬뱅크로 퀀텀점프할 것이란 꿈을 갖고 단행한 M&A였다.
당시 성세환 회장은 경남은행 인수를 계기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사이에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은행 단독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대규모 IB사업에 경남은행과 합세해 영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넓어진 고객층을 기반으로 카드사 설립 등 다른 사업 영역으로 확대 역시 가능해질 것으로 바라봤다.
부산은행 직원들이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자금 모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BNK금융은 경남은행 인수자금 모집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우리사주조합은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했다. 당시 발행가는 1만2550원으로 현 주가(5일 종가 5850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합병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자 부산은행 직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룹이 전환점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합병이 미뤄져 딱히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양사 합병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점도 통합 절차 지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경남은행을 다시 매각하자는 강경론마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을 위해 인수했는데 전혀 결합을 이루지 못하니 갈라서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막상 경남은행 점포는 건드리지 못하는데 울산 쪽에서는 부산은행 점포만 기존보다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역차별까지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 공감 목소리, 디지털 경쟁력 제고 필요성 '현실론'
다만 최근 들어서는 경남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무조건 합병 반대만을 외칠 게 아니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라이제이션'이란 은행권 공통 과제 속에서 더 이상 각자도생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박한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앱을 쏟아내고 있다. 모바일플랫폼은 진입장벽이 낮아서 얼마나 서둘러 내놓느냐가 점유율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역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면 서둘러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다른 관계자는 "지방에는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데 두 은행이 하나가 돼 힘을 합친다면 디지털 분야에 더 많은 역량을 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력 구조조정은 두 은행의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모든 은행원들의 숙명이란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들의 지점 통·폐합은 디지털라이제이션과 동시에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 인력을 축소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인력 감축은 통합과 연결지어서만 볼 만한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아울러 경남은행 내부에는 부산은행과 합병하면 임금 수준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란 기대어린 시선도 일부 있다. 부산은행의 임금이 경남은행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BNK금융은 경남은행 인수 당시 통합하면 경남은행 직원 연봉을 부산은행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합병을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 발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차피 통합 과정은 쉽지 않은데 이를 밀어붙이는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안팎에 있다"며 "양사 모든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고 시도를 하려고 한다면 지금과 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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