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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리치먼드 지배구조 정점 ‘외국인’ 어떻게 가능했나외국인 개인, 금융사 대주주 지위 불가…내국법인 활용 '우회적' 지배

이효범 기자공개 2020-11-09 13:17:38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외국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으로 금융지주사를 제외하면 외국인 개인이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다. 그러나 리치먼드자산운용의 경우 내국 법인을 통한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취하면서, 외국인 개인이 국내 운용사를 우회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다. 지난 6월말 기준 보유 지분율은 92.3%이다. 운용사 최대주주에 오른 건 2012년 3월이다. 지분율을 55%로 끌어올리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12월 '비피케이'라는 상호로 무역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현재는 부동산 투자, 재개발사업 시행, 건설업을 비롯해 농산물 및 식음료 제조와 기업투자 및 인수 자문 업무 등을 영위하고 있다.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길영우 리치먼드자산운용 대표이사 회장이다. 이외에 그의 특수관계인 등이 나머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요약하면 '길영우 회장 등 특수관계인-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리치먼드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주목되는 건 리치먼드자산운용의 법인등기를 보면, 길 회장의 국적이 '캐나다'다.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의 2019년말 감사보고서 상에도 이 회사는 '외국인 투자법인'으로 명시돼 있다. 길성용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역시 캐나다 국적으로, 그는 길 회장의 자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변경승인 대상 대주주의 요건을 크게 7개 사례로 구분하고 있다. △대주주가 금융기관인 경우 △대주주가 기금 등인 경우 △대주주가 내국법인(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등은 제외)인 경우 △대주주가 내국인으로 개인인 경우 △대주주가 외국법인인 경우 △대주주가 외국인으로서 개인인 경우(주식 취득대상 금융회사가 금융지주회사인 경우만 해당) △대주주가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등인 경우다.

이에 빗대어 보면 외국인 개인이 국내 금융회사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사례는 금융지주사로 제한돼 있다. 일례로 라임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이종필 전 부사장은 2018년 라임자산운용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원종준 전 대표와 함께 각각 지분율을 25.81% 나눠 가졌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외국국적의 임원이 자산운용사 지분 5%를 넘겨 보유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캐나다 국적인 이 전 부사장은 보유한 보통주를 우선주로 전환했다.

그렇다면 리치먼드자산운용 지배구조 정점에는 어떻게 외국인이 최대주주로 올라 설 수 있었을까. 금융사인 리치먼드자산운용을 직접적으로 소유한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는 서울 중구에 주소지를 둔 내국법인이다. 대주주 요건 상 내국법인은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부채비율 기준, 차입금 제한,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 등의 기준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면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내국법인이라고 할지라도 운용사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길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게 된 것도 이같은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외국인 개인이 직접적으로 자산운용사 대주주 지위를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지배구조는 외국인이 내국법인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지배력 행사할 수 있도록 짜여진 구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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