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근거있는 자신감' 상아프론테크 CB에 쏠리는 눈8% 할증, 무이자, 리픽싱 불가 등 조건…확실한 공급망 확보 영향
조영갑 기자공개 2020-11-10 12:05:59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 기업인 상아프론테크가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2차전지(EV 파츠) 신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9월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조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자율이 0%인데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도 없어 인수자에게 불리하다.높은 제품 경쟁력 덕분에 가능한 발행 조건이라는 평가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란 150°C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수 플라스틱을 말한다. 상아프론테크는 1986년 설립 이후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각광을 받으면서 높은 콧대에도 투자자들이 줄을 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상아프론테크가 지난 9월 말 발행한 3,4회차 CB 조건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상아프론테크는 당시 총 300억원 규모로 3회차(100억원), 4회차(200억원) CB를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는 4만4650원이다. 3회차의 만기일은 2023년 5월 28일, 4회차는 2025년 9월 28일이고, 이자율은 모두 0%다. CB는 전량 SK증권이 인수했다.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끈 이유는 CB의 발행조건 때문이다. 일단 주당 발행가부터 할증이 붙었다. 9월 24일 이사회 의결 당시 상아프론테크의 종가는 4만1300원이었다. CB는 여기에 약 8% 할증이 붙은 주당 4만4650원에 발행됐다. 여기에 리픽싱 조항도 없앴다. 통상 발행사는 주가 하락에 대비해 보통 70%에서 많게는 50%까지 리픽싱 한도를 설정해둔다. 하지만 이번 CB는 투자 안전판이 없다. 3회차 CB는 풋옵션(조기상환청구) 조건도 없다. 그나마 4회차 CB는 2년 뒤부터 3개월 마다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콜옵션 조항도 넣었다. 내년 9월부터 최대 60억원(20%) 어치의 물량을 재취득할 수 있다. 취득 대상은 최대주주 및 이해관계자로 설정했다. 이 콜옵션은 이상원 대표의 지분율 확대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200억원 규모의 2회차 CB 잔량(26억원)이 보통주 전환되면서 이 대표의 지분율이 19.82%에서 19.47%로 소폭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의 지분율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내년 최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콜옵션 물량을 모두 인수한다면 지분율은 약 1%포인트 가량 상승한다.
IB업계에서는 상아프론테크의 CB 발행조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중기팀 관계자는 “리픽싱이 없는 이자율 0% 발행물은 종종 볼 수 있지만 여기에 풋옵션이 없고, 콜옵션이 삽입돼 있는 CB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사실상 CPS(전환우선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발행기업의 주가 상승 여력이 확실하지 않고서는 이익을 보기 힘든 조건”이라고 평했다. 현재 상아프론테크의 주가(5일 종가)는 4만2850원이다. 10월말 3만6000원에 비교하면 상승했지만, CB 발행가는 밑돌고 있다.
근거는 투자금의 용처에서 찾을 수 있다. 상아프론테크는 공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수소연료전지의 핵심소재인 고분자 전해질막의 양산공장 증설과 중대형 2차전지 생산라인 구축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 증설의 타깃 엔드유저는 내년부터 수소연료차량 대량 투자를 예고한 ‘현대자동차(현대차)’와 전기차(EV) 용 배터리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삼성SDI’다. 현재 상아프론테크가 개발하고 있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ePTFE 멤브레인이 2차전지 연료 전해질에 두루두루 쓰일 수 있는 덕택이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상아프론테크는 현대차와 삼성SDI 등과 대량 PO(Purchase Order) 수준의 거래를 확약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의 경우, 현재 ePTFE 멤브레인을 미국 고어(Gore)사로부터 독점 공급 받고 있는데, 내년부터 이를 이원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상아프론테크가 듀얼 벤더로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초도 물량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V배터리향 EV 파츠 역시 유망한 영역이다. 상아프론테크는 그동안 대형 2차전지 용 씰 가스켓(Seal Gasket), 절연체(Insulator) 등을 생산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3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EV 파츠로 대거 대체될 전망이다. 유럽 EV 시장을 타겟팅하고 있는 삼성SDI가 현재 헝가리 라인을 대거 확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EV 파츠의 수요 역시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상아프론테크 역시 지난해 10월 헝가리 법인을 설립하고, 현재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 양산공급이 예상된다.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체 에너지용 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첨가제 시장이 유망한 영역으로 평가받는데, 상아프론테크의 CB 발행조건은 주요 고객사들과의 ‘확실한 거래’를 보장 받았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아프론테크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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