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아모레퍼시픽그룹, 인사에 전략 담는다…수년째 승진자 못낸 재무라인2015년 대규모 승진 후 2018년부터 올해까지 전무…인사 중심축 '전략기획'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16 13:28:46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3일 13: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연말 정기임원 인사에서 재무인력이 수년째 소외되고 있다. 5년여 전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던 배동현 사장이 대표이사로 진급할 무렵만 해도 재무라인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후엔 좀체 주목받는 인물이 없다.최근엔 지주사 아모레G의 재무를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CFO가 겸직할 정도로 신규 인력 양성 기조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룹의 전략적인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보통 10~11월경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성과주의 원칙보다는 그룹이 나아가야 할 비전 및 전략에 맞춰 인사를 단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들어 역대 최대규모인 100여명의 승진 인사를 냈던 2018년에는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브랜드 중심' 조직이라는 전략을 화두로 내세웠다. 올해는 고객중심 및 기업 경영 전반의 체질 개선이 중심이 되면서 전략기획·R&D·채널 조직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인사에 전략을 담는 기조를 감안하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향후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선 지주사 아모레G의 대표이사가 바뀌었다는 점 외엔 그다지 두드러진 변화는 없다. 2016년 대표이사에 오른 배동현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김승환 그룹HR전략실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배 전 사장이 재무임원 출신이고 김 신임 대표가 전략기획 업무를 오랫동안 도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의 중심축이 재무에서 전략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브랜드 영업을 아우르는 영업전략 부서가 통합되고 조직의 체질개선 및 생산성을 강화하는 부서가 신설됐다는 점도 전략기획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반면 경영지원 혹은 재무인력은 단 한명도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재무라인이 임원 인사에 오르지 못한 건 벌써 수년 째다. 2015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5명의 승진자를 배출하고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2015년 말 인사는 배 전 사장이 사장으로 진급하고 대표이사로 선임되던 때였다. 배 전 사장의 승진과 함께 이상목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 Unit 상무가 전무로 올랐다. 배 전 사장이 아모레퍼시픽에서 지주사인 아모레G로 이동한 데 따라 그의 역할을 이임받는 절차였다.
이와 함께 권오빈 경영지원 Unit 재경 Division 팀장과 강광희 경영지원 Unit 사옥건설 Division 팀장이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배 전 사장의 승진과 함께 관련 부서 핵심 인물들이 한직급씩 올랐던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기준 매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7조원대로 성장한 때로, 글로벌 뷰티 시장을 이끄는 '원대한 기업'이라는 비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2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신규 투자처 물색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재무적인 역량이 필요하던 상황에서 관련 인력들을 대거 등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인사에는 한두명 정도 승진했을 뿐 그다지 두드러진 인물을 배출하진 못했다. 최대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가 있었던 2018년에도 재무라인 승진자는 없었다. 소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공개조차 하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승진자 이름에 재무인력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CFO인 이상목 전무가 지난해 말부터 아모레G의 재무 및 법무까지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임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신규로 발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무보다는 사업 및 R&D 역량 등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규투자보다는 영업을 안정화 시키는 게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배경이 된 셈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기준으로 무차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총 차입금은 7500억원 안팎으로 적지않은 수준이다.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16년 당시 총 차입금이 20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폭 증가했다. 올 들어 점포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재원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무부담이 가중됐다는 점도 재무인력 소외의 또 하나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작년에는 워낙 소폭 인사라서 자료 따로 내지 않고 패스했다"며 "변동이 크지 않았던 인사라서 재무인력 승진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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