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13일 2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최대 규모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한국에 상륙한다. 규제 등 진입장벽 등을 감안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11번가와 협업을 맺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번 딜(Deal)은 SK그룹의 구애로 성사됐다. SK그룹은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한국 상륙을 전면지원하는 대신 반도체 및 클라우드 사업에서 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3일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더벨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마존과 다각도로 협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독립적으로 한국시장에 들어오면 다양한 규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11번가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이 11번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고 그 규모는 조단위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아마존이 11번가에 투자하는 형태로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다. 아마존은 세계 최강의 물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두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크 하며 관련 시장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어느 지역이든 당일 혹은 익일배송을 가능케 하는 수백곳의 물류창고, 수천대의 트레일러 및 수송기 등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 최대규모의 클라우드 시스템과 쇼핑 빅데이터 등 폭넓은 유무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B2C 온라인 유통사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B2B사업으로 외연을 넓혀 더 큰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세계 누구나 접속 가능한 플랫폼과 자동화 물류 시스템으로 생필품은 물론 금융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그간 한국시장 진출을 고민했던 아마존에게 있어 SK그룹은 다양한 법적인 이슈 등을 방어해주는 매개가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정부규제는 특히 부담이 되는 이슈다. 11번가를 활용하게 되면 아마존이 직진출을 하는 형태가 아닌 만큼 다양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고위 임원은 "아마존이 단독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지원 및 방어하는 역할이 필요했고 자연스레 11번가를 활용하게 됐다"며 "이를 필두로 다양한 방면으로 협업을 맺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아직 어떤 형태로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지 완전히 밑그림이 그려지진 않았다. 다만 11번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자체 물류망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아마존 상품과 연계하는 플랫폼 구축 등의 형태로 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이 11번가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대략 3000억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는 더 큰 규모의 투자가 논의되고 있다. 물류센터 조성에만 수천억원이 필요한데, 여기에 아마존 방식의 자동화 시스템까지 구축하게 되면 투자금액은 더 커질 수 박에 없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는 조단위 투자유치 얘기가 흘러나온다.

SK그룹이 아마존의 한국상륙을 지원하는 결정적인 배경에는 이커머스를 키우겠다는 의지보다는 물류 및 통신분야의 시너지 및 협업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의 한국진출을 지원하는 대신 아마존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및 5G 통신 서비스 등을 공급하는 형태로 협업을 검토 중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등이 접목된 자동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다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반도체와 통신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 SK텔레콤 및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여지가 충분하다.

아마존과의 협업은 SK텔레콤의 타진으로 이뤄진 딜로 수년간 공들인 결실이다. 단순히 11번가를 키우는 것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마존을 등에 업은 11번가의 상장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앞선 고위 임원은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한국진출을 지원하는 대신 반도체나 클라우드 등에 있어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런 측면에서 아마존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져서 협업에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