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1번가만 고수할까…아마존이 만들 위기와 기회 공산품 비중 압도적, 가격·상품경쟁력 직구 일상화…물류필요,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18 13:11:2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최대의 세일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11번가 플랫폼을 접속해 폴로 랄프로렌 니트와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구입한다. 아마존 일본 물류창고에 사입한 물량이 있어 배송은 단 이틀이면 충분하다. 복잡한 통관절차나 배송대행지, 과도한 수수료도 필요없다. 쉽고 빠르게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해외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세상의 모든 상품을 파는 기업'으로 평가되는 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면 소비자들은 직구를 하는지도 모르게 직구하는 길이 열린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의류·헬스케어·전자제품 등 분야를 막론하고 질 좋은 글로벌 상품을 공수한다.
공산품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이커머스에 위협이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빼앗기는 동시에 가격경쟁까지 벌여야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선 아마존이 11번가 외 또 다른 파트너사를 구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글로벌 행보를 넓히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한 전례를 볼 때 물류기반이 약한 11번가가 아닌 제 2의 파트너를 만들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非식료품 비중 83%, 공산품 경쟁력 주도권 차지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거래된 총 금액은 116조원이다. 이 가운데 품목별로 살펴보면 음식료품과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을 제외한 공산품 및 기타서비스 등이 83%로 압도적 비중이다. 세부적으로 가전·통신기기가 11.5%로 가장 많고 생활용품·화장품·의복 등이 10% 안팎의 비중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이커머스는 식품보다는 공산품 중심으로 성장을 이뤘다. 쿠팡·이베이코리아 등 선두 이커머스 기업들은 고도의 물류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도 판매할 수 있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식품시장은 물류센터 조성이 쉽지 않은데다 상품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최근에서야 역량을 강화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커머스가 공산품 중심의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누가 이 분야 주도권을 잡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상품 경쟁력 측면에선 글로벌 최고 수준인 아마존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며 이커머스 판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기꺼이 소비자들은 시선을 옮길 수 있다.
더욱이 공산품은 신선식품과 다르게 제품 신뢰도가 유통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닌 제조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저항도도 낮다. 쿠팡만 쓰던 소비자일지라도 가격이나 상품의 호응도에 따라 11번가로 충분히 시선을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물류 및 배송 측면에서 국내 이커머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마존은 중국과 일본에 있는 물류센터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 해당 거점의 한국 공급물량을 늘리게 되면 기존 이커머스 수요를 뺏을 정도의 위협은 불가피 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아마존으로 쏠리게 하는 것 뿐만이 아닌 가격경쟁까지 촉발할 여지도 있다.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아마존 직구가 일상화 되면서 기존 이커머스들도 이에 맞는 가격정책을 쓰기위해 출혈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11번가 물류구축 한계, 추가 파트너십 불가피
하지만 반대로 아마존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아마존이 직진출이 아닌 간접진출을 택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마존은 기존 해외진출에서 적자 및 대규모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썼다. 수십년 해외진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넘어서는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전략은 변함없었다.
이를 감안할 때 한국시장에 이례적으로 간접진출한 것은 그만큼 투자 대비 얻울 수 있는 효익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높은 경쟁강도 역시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이미 성숙된 시장에서 과점하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쇼핑도 수익성 과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자극이 됐을 수 있다. 아마존이 어떤 큰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는 한 국내기업과 제휴하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한국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아마존 직구를 활용한 11번가의 수요가 늘어나면 더 많은 파트너십이 필요할 수 있다. 캐파(Capa)를 늘려나가기 위해 물류 인프라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11번가는 자체 물류센터가 없다. 적극적으로 투자해 물류센터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SK그룹의 의지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쉽지 않다.
따라서 아마존에게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가 반드시 11번가일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의 구애로 성사된 딜(Deal)인 만큼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될 비히클을 될 수는 있지만 그 이상 확장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물류기반이 확실한 쿠팡이나 대형 유통채널, 혹은 택배기업 등도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이 그간 사세확장을 위해 국경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해 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가능성만 본다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확장정책을 꾀할 수 있다. 아무리 SK그룹이 국내를 주름잡는 대그룹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강자인 아마존의 개별행보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 SK그룹의 이커머스 의지가 아마존과의 향후 파트너십을 좌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서 분명 가격과 상품 경쟁력을 동원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이커머스 기업엔 분명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존이 반드시 11번가와만 손을 잡아야 할까에 대한 의문점이 계속 있고 물류 경쟁력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또 관련 기업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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