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체제 성과 점검]非엔지니어 출신 CEO, 코로나 악재 극복할까②팬데믹 여파 창립 후 사상 첫 분기 적자...리스크관리 능력 '시험대'
박상희 기자공개 2020-11-30 10:09:4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사진) 호(號)는 2018년 7월 출범했다. 전임자였던 권오준 전 회장이 위기 의식을 강조하며 사업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올인한 결과 포스코를 비롯한 전 계열사 경영 상태가 한층 건실해진 상태에서 기업을 이끌게 됐다. 최 회장은 권 전 회장 취임 두번째 해부터 3년 동안 가치경영실장과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아 포스코그룹 내실화를 진두지휘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순항하는듯 했던 최정우 호는 올해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예기치 못한 글로벌 팬데믹 사태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포스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사태는 불가항력적인 악재였다는 점에서 저조한 실적을 CEO 탓으로 돌릴수만은 없다.
최 회장은 현장 출신의 전형적인 '철강맨'은 아니다. 포스코 역사상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이다. 포스코의 핵심사업이 철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엔지니어라는 출신은 최 회장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철강사업 실적이 저조하다면 경영 부진의 책임을 묻는 화살이 최 회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최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위기상황을 극복한다면 '비엔지니어'의 철강회사 경영능력이 재조명될 수도 있다.
◇철강사업 외에 에너지소재·신성장 사업 강화 의지
포스코의 핵심사업은 '철강'이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 전체 자산에서 철강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9%, 매출 비중은 50%, 영업이익 비중은 72%에 달한다.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사업다각화, 신수종 사업 발굴 등에 힘써왔지만 철강사업이 포스코의 주력이란건 변하지 않는 명제다.
'철강맨' 출신이었던 전임자들은 취임사에서 철강사업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전임자였던 권오준 전 회장의 경우 취임사에서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의 경우 '철강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제품개발과 원가절감 기술을 중심으로 R&D를 혁신하고, 차별화된 솔루션 개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나 성과를 내지 못한 신수종 사업의 경우 추진 방식과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과 비교된다.
다만 최 회장은 취임 한달여 만에 향후 5년간 45조원 투자, 2만명 고용계획을 발표하며 철강사업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철강사업 고도화를 위해 26조원을 투자하고, 신성장 사업에 10조원, 에너지 및 인프라 사업에 9조원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 최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에서도 철강사업 관련 목표를 제시했다. 외부의 평가를 기준으로 과제 시행 5년 후인 2023년의 회사의 위상을 포춘 존경받는 기업 메탈 부문 1위, 포브스 기업가치 130위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최 회장 취임 이전에 열렸던 포스코 50주년 기념식에서 천명한 '2030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3조원'의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은 딱히 외부로 알려진 것이 없다. 프리미엄 철강제품 판매체계를 강화하고 원가경쟁력 제고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으로만 알려졌다. 5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장기 목표는 최 회장이 아니라 전임 회장이 제시한 것이다. 포스코는 100대 과제 가운데 일부만 외부에 발표했다.
포스코가 밝힌 100대 개혁과제의 주요내용은 △프리미엄 철강제품 판매체계 강화 및 원가경쟁력 제고 △그룹사별 고유역량 중심의 사업 재배치 및 수익모델 정립 △에너지 소재사업의 성장기반 구축 △기업시민 경영이념 정립 △공정/투명/윤리에 기반한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 △신뢰와 상생 기반의 포스코 기업문화 구축 등이다.
◇팬데믹 직격탄, 매출·영업이익 취임 이후 하락세…경쟁사 대비 선방
포스코는 최 회장의 경영개혁안이 장기 목표를 새롭게 제시하거나 외형적 모습 변화를 강조해 왔던 기존 문화에서 변화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외형 성장이나 구체적인 숫자 등 정량 평가가 가능한 항목 보다는 동반성장, 기업시민, 상생문화 등 정성적인 부분을 더 강조했다.
그러나 평가의 세계는 냉정하다. 주주와 시장 관계자들은 숫자로 보여지는 경영 수치에 민감하다. 최 회장이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관련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적은 없지만 취임 이후 실적은 부진하다. 팬데믹 여파 속에 포스코도 글로벌 철강경기 부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최 회장 취임 이전인 2017년 포스코는 연결 기준 매출액 64조 3668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은 64조9777억원으로 6000억원 가량 증가했지만 2019년엔 60조6550억원으로 4조원 이상 감소하면서 외려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7년 4조6218억원, 2018년 5조5426억원, 2019년 3조8689억원 등으로 2018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 누적 매출(연결기준)은 42조52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5397억원으로, 3조3112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대비 53.5% 감소했다.
지난해는 철강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영업이익이 각각 급감했다. 2분기엔 별도 기준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2분기 실적을 글로벌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보면, 포스코의 2분기 별도 영업실적이 가장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100대 과제에서 유일하게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철강사업 숫자 관련 경영 목표는 고부가가치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2025년까지 자동차강판 판매량 1200만톤을 달성함으로써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강판 공급사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부분이다.
2017년 900만톤이었던 차강판 판매량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897만톤을 기록했다. 얼핏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수요업체의 생산량 감소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7년 411만5000대, 2018년 420만9000대, 2019년 395만1000대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도 고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받는 포스코는 올해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차강판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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