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미래에셋 7조 소송 승리 배경엔 '역추적 전략' 권원보험 문제 되짚어…안방·자문사 은폐의도 부각

김병윤 기자공개 2020-12-02 11:45:4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의 안방보험을 상대로 7조원의 소송에서 승리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법조계에서는 주요쟁점을 역으로 추적, 안방보험의 자충수를 이끌어낸 미래에셋금융그룹 측 전략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이는 안방보험뿐 아니라 안방보험 측의 자문사까지 범죄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점을 밝히는데 주효했다는 평가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호텔 15곳의 M&A 무산과 관련해 벌인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안방보험 간 소송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이 본격화된 지 8개월여 만이다.

이번 소송전은 안방보험의 선제 공격,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수비 후 역습의 구도로 전개됐다. 소송의 시작은 안방보험의 기습에서 비롯됐다. 안방보험은 올 4월경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인수키로 한 미국 호텔 15개의 인수대금을 기한 내 지불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산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판단, 안방보험과 재협상하려던 미래에셋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약 한 달 뒤 반소를 제시하며 맞받아쳤고, 양 측은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했다.

올 6월 안방보험은 또 한 차례 기습에 나섰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반소를 무효화해달라는 '반대신청 조기기각'을 신청했다. 반대신청 조기기각이 받아들여질 경우 '원고 안방보험-피고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일방적 구도로 재판이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반소를 무력화한 후 재판에서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안방보험의 전략으로 풀이됐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측은 핵심 쟁점을 역추적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측이 집중한 것은 M&A 대상 호텔의 권원보험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안방보험과 지난해 9월 SPA 체결 후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안방보험의 부동산 관련 소송이 90여건이나 델라웨어 법원에 계류 중인 것을 발견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SPA 체결 후에야 부동산의 법적 소유자를 둘러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권원보험 이슈를 역으로 추적한 결과, 미래에셋금융그룹 측은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의 사기 행각에서부터 문제가 비롯된 것을 인지하게 됐다. 2017년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중국 정부에 체포되면서 안방보험이 보유한 자산이 허술하게 매각됐고, 이 과정에서 소유권 문제가 일어나게 된 점을 밝혀냈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측은 여기서 주요한 실마리를 얻었다. 안방보험이 SPA 체결 때까지 권원보험 이슈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7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그 소유권 문제를 계약·협상 과정 내내 알리지 않은 점은 안방보험의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을 부각했다. 나아가 안방보험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라는 점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는 안방보험뿐 아니라 이번 소송전에서 안방보험의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깁슨던(Gibson Dunn)까지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깁슨던은 지난해 M&A에서도 안방보험 측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다. 법률 대리인이 거래 대상과 관련한 법적 이슈를 모를 리 없었을 거라는 점을 미래에셋금융그룹 측은 강조했다. 안방보험과 마찬가지로 깁슨던 역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실제 240여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깁슨던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내용도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꽤나 자신 있게 소송전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완승으로 끝났다"며 "안방보험이 항소를 하더라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 측에는 미국 소송 전문 로펌인 퀸에마뉴엘(Quinn Emanuel)과 국제분쟁 전문로펌 피터앤김(Peter & Kim)이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해 호텔 매수 관련 자문을 맡았던 로펌 그린버그트라우릭(Greenberg Traurig)과 법무법인 율촌 역시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지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