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공모채 적정가격 찾을까…DICC 소송 부담 [발행사분석]개별민평 금리로 밴드 상단 책정, SPV 지원 효과도 관심
이지혜 기자공개 2020-12-03 13:51:1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11: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약 석 달 만에 공모 회사채를 다시 발행한다. 정부의 지원이 컸다. 이번에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도움을 받는다. 이밖에 대표주관사단을 대폭 확대하며 세일즈 역량에 힘을 실었다. 비록 수급여건이 우호적이라고는 하나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북클로징이 임박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눈에 띄는 점은 공모희망 금리밴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모희망금리밴드의 상단을 개별민평금리와 같거나 살짝 낮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개별민평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유통수익률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 개별민평금리로 책정
두산인프라코어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모집금액은 1500억원이며 만기구조는 2년물로만 구성됐다. 이번 공모채는 11일 발행된다. 조달된 자금은 2021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외화 단기차입금을 차환하는 데 쓰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대표주관사단을 대폭 확대하며 세일즈 역량을 끌어올렸다. 키움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DB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DB산업은행 등 모두 6곳이 대표주관업무를 맡았다. 두산인프라코어 사상 최대 규모다. 직전까지 최대 규모는 모두 4곳이다. 규모가 확대된 만큼 인수업무만 맡은 증권사는 없다.
KDB산업은행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대신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대표주관사단에 참여했다. 미매각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우선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KDB산업은행은 두산인프라코어 공모채의 절반에 해당하는 750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10월 공모채를 발행할 때에도 KDB산업은행이 공모채 1300억원 가운데 800억원을 인수해줬는데 이번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공모희망금리밴드다. 공모희망금리밴드를 4.3~4.8%로 제시했다. 개별민평금리 기준으로 따지면 -50~+0bp다. 개별민평금리 이하로 공모희망금리밴드를 제시한 셈이다. 11월 30일 기준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한국자산평가㈜, 키스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의 두산인프라코어 2년물 개별민평금리 산술평균은 4.81%다.
개별민평금리가 급등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월 공모채 발행 당시 확정금리가 개별민평금리 대비 50bp가량 높은 4.9%에 형성됐다. 더욱이 최근 1달 동안 두산인프라코어의 유통수익률은 평균 4.55%를 기록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개별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세우기보다 절대금리로 제시하는 편이 투자자의 이해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직전 공모채 발행 당시에도 비슷한 수준에 조달금리가 책정된 만큼 시장 눈높이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월 수요예측을 진행할 때 모집금액 1300억원 가운데 KDB산업은행 지원분 8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을 거의 팔았다. 이번에도 이 정도 금리가 시장 눈높이에 맞다고 바라본 셈이다.
◇DICC 우발채무 부담 변수될까 주목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은 대주주 변경 가능성이다. 두산그룹은 경영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1%를 매각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경영권을 쥘 유력주자로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유진기업 등이 거론된다.
당초 GS건설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이스트브릿지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본입찰에서는 발을 뺐다.
DICC(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자회사) 소송과 관련한 우발채무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 투자계약 문제와 관련해 재무적투자자(FI)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2심에서 일부 패소해 3심을 진행하고 있다. 주식 매매대금 청구소송을 포함해 청구금액이 모두 7566억4800만원에 이른다.
다만 매각 자체는 두산인프라코어를 향한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든 유진기업에 팔리든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2년물 치고 상대적으로 금리도 높아 리테일 투자자 등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서 BBB0/유동적, BBB0/불확실검토를 각각 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위의 사업지위를 보유한 데다 지역다각화에 힙입어 사업안정성이 좋다”며 “계열위험, DICC 소송 관련 잠재적 재무부담과 함께 대주주 변경 가능성도 있어 신용등급 전망이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0년 10월 대우중공업의 기계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으며 2005년 4월 두산그룹에 편입됐다. 건설기계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자회사로 두산밥캣을 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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