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인사정책…젊어진 LG생건 vs 정체된 아모레 30대 여성임원 발탁, 신시장 개척…2년째 신규임원 無, 부장급 인력 활용
최은진 기자공개 2020-12-08 08:33:19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모든 전략에 인사만큼 중요한 게 없다. 화장품 업계의 맞수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전혀 다른 인사정책을 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성과는 명확하게 갈렸다. 한 쪽은 쉼없이 성장하고 다른 한 쪽은 하락세를 그린다. 실적이 인사정책을 만드는 것인지, 인사정책이 실적을 만드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양사의 실적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LG생활건강은 30대 초중반의 어린 임원을 발탁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쓴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면서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정반대다. 발탁인사보다는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나마도 지난해부터 몇몇 인력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인사를 할 뿐 신규임원을 등용하지 않고 있다.
◇연공서열 안 따지는 LG생건…올해도 신규임원 안 낸 아모레
LG생활건강은 성과주의 및 성장기회라는 모토로 인사를 단행한다. 젊은 사업가 혹은 전문성 및 실행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기치 하에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인사 정책을 편다. 그렇다고 젊은 인력만 등용하는 건 아니다. 오랜시간 승진에서 소외됐지만 성과를 내는 연차 높은 인물도 가리지 않고 등용한다.
지난해에는 1980년대 출생의 30대 초중반 여성임원을 신규발탁하는 파격을 보였다. 트렌드를 읽는 시각, 이를 활용한 실적 등은 연령이나 연차로 만드는 게 아니라는 철학을 보여준 사례다. 실적이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는 원칙도 공고히 했다.
올해도 5명의 신규임원을 발탁했다.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젊은 인물을 파격승진 시키기도, 나이 지긋한 연차 높은 인물을 등용하기도 했다. 젊은 인력으로는 1983년생인 38세 지혜경 상무를 신규 임원으로 발탁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최대 격전지인 중국 시장의 디지털 사업을 총괄하는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을 맡겼다.
OB 중에서 신규발탁된 인물은 1964년생인 57세 김인철 뷰티생산총괄, 1966년생인 55세 유영복 뷰티크리에이티브부문장으로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시니어 임원인 전무급의 연령대가 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꽤 느즈막히 승진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 차별화 전략 등 각 분야에서 나름의 성과를 쌓은 데 따른 보상이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연공서열 등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는 LG생활건강과 다르게 아모레퍼시픽은 인사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임한다. 연차와 나이대가 기준이 된다. 1960년대생들이 전무, 1970년대생이 상무급에 포진한다.
그나마도 최근 2년간 신규 임원승진 인사도 내지 않는다. 임원의 자리 이동만 있을 뿐 인재를 발탁하거나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시키기도 않고 있다. 올해 역시 신규로 임원이 된 인물은 단 한명도 없었다.
대신 아모레퍼시픽은 부장급 인력에게 사업부문장 등 요직을 맡기는 형태로 인사를 낸다. 임원으로 승진시키지 않고 중책을 맡기는 셈이다. 올해도 부장급으로 사업부문장 자리에 앉은 인물만 4~5명 정도 된다. 승진인 듯 보이지만 엄밀히 승진이 아니다. 신규로 임원으로 올리는 데 신중하자는 차원에서 역량 및 성과검증을 강화시켰다는 게 아모레퍼시픽측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모레퍼시픽에는 OB들이 많다. 신규 발탁된 임원이 없기 때문에 현직 임원 명단에는 오래 전 임원배치를 단 인물들만 가득하다. 아모레퍼시픽 임원 명단 가운데 그나마 가장 최근 임원 배치를 단 인물이 2017년 승진한 허정원 상무다. 지난해 말 첫 임원이 된 인물만 11명인 LG생활건강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LG생건 발탁임원 실적확대 활약, 아모레 구조조정 집중
이처럼 양사의 다른 인사정책은 조직 분위기도 다른 양상으로 만든다. LG생활건강의 조직은 매년 새로운 인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젊어지는 분위기다. 새로운 인물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온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전열에 변화를 주지 않고 기존 인력을 그대로 유지한다. 임원구성이 달라지지 않으니 전략도 사업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실적 역시 양사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새역사를 쓰고 있다. 올 들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4%, 영업이익은 3.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2.5% 성장했다.
작년 말 파격인사의 주인공들도 올해 실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1985년생 최연소 임원인 심미진 데일리뷰티사업총괄은 탈모제품인 리엔 '닥터그루트'의 용기와 향을 세련되게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경쟁사 대비 4배 이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년 만에 10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성과를 이뤘다. 남성과 여성, MZ세대까지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디지털 시대에 유연한 채널 전략으로 온라인몰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도 했다. 리엔 브랜드는 3분기 기준 매출을 전년 동기대비 75%나 끌어 올렸다.
1981년생 임이란 럭셔리뷰티 오휘마케팅부문장은 오휘의 최고급 라인인 '더 퍼스트' 육성 전략을 활용해 지난 3분기 코로나19 등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전년동기 대비 59% 성장시켰다. '더퍼스트'의 럭셔리 이미지를 활용해 기존 스킨케어 제품 외 색조 및 메이크업 제품까지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별도는 물론 연결기준으로도 실적이 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4.6%, 영업이익은 47.4%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50.1% 줄었다. 거의 전년대비 반토막 난 실적을 나타낸 셈이다.
LG생활건강은 호실적을 발판삼아 확장정책을 구사하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몸집을 줄이기 위해 점포 통폐합을 진행하는 한편 희망퇴직도 했다. LG생활건강이 신규임원들을 앞세워 새로운 변화를 꾀할 동안 아모레퍼시픽은 부실을 정리하는 전략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셈이다. 실적의 차이가 인사전략을 만들기도 하지만 인사전략이 실적을 만들기도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인사정책에 영향을 줄 수도, 반대로 인사정책이 실적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내부 분위기가 너무나도 다르다"며 "LG생활건강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리더를 발탁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신규임원 발탁에 주저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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