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가 더 매력적…카카오뱅크는 과대평가 국내외 IB 공감대…페이=10조, 뱅크=20조는 ‘괴리’
이경주 기자공개 2020-12-07 13:37:1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 주관 경쟁에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불참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카카오뱅크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과대평가돼 있어 부담스러운 딜이 됐다는 지적이다.카카오뱅크는 인터넷 기반이라 기동성이 높긴 하나, 결국 은행업에 국한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예상 IPO밸류는 20조원으로 국내 시중은행 1위인 KB금융을 넘는다. 오히려 계열사이자 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페이가 핀테크 플랫폼으로서 가치는 더 높다는 평가다.
◇골드만·JP모간 불참 숨은 의미…'페이'딜이 매력적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카카오뱅크 입찰제안요청서(RFP)는 받았지만 4일 진행되는 카카오뱅크 주관사선정 프렌젠테이션(PT)은 포기하기로 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해상충 때문으로 알려졌다.
양 사는 올 10월 카카오페이 주관사에 먼저 선정됐다. 뱅크와 페이 모두 내년 중에 상장할 예정이라 두 개 딜을 모두 주관할 경우 기관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세일즈를 할 때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IB업계는 숨은 의미에 주목했다. 결국 카카오페이가 더 매력적인 딜이기 때문에 택일을 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IB들은 사전에 페이와 뱅크 모두 IPO를 할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저울질해왔다. 물론 두 개 딜을 모두 노렸던 증권사도 있다.
다른 IB 역시 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나온 추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훨씬 매력적으로 본 건 사실”이라며 “물론 카카오뱅크도 좋은 회사지만 기대밸류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숏리스트 증권사 20조 내외 제안…속내는 '부담'
카카오뱅크 예상 밸류 20조원은 PT에 초대받은 숏리스트 주관사들이 입찰제안서에 써낸 가격이다. 현재 밸류는 10조원이다. 최근 진행한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평가받은 가격이다. IPO 예정시기인 내년 하반기까지 20조원에 부합하는 에퀴티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만 숏리스트 역시 선택받기 위해 취한 오버 액션일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 성장성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했다. 카카오뱅크 앱 특유의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한 이체 △쉬운 프로세스(앱화면, UI) △저렴한 수수료가 무기였다. 기성 은행의 틀을 깨면서 가입자와 사업규모가 단기에 급성장했다. 올 6월 기준 앱 이용자수가 1100만((MAU, Monthly Active User)으로 은행앱 가운데 1위다.
그런데 20조원 밸류로 평가받으려면 은행업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시중은행 1위 KB금융 시가총액이 19조원인 탓에 나온 지적이다. 카카오뱅크는 KB금융에 비해 자산규모와 순이익이 월등히 작다. 시중은행과는 다른 '무엇'이 실적과 자산규모 열위를 상쇄해야 한다. 그런데 IB조차 명확히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주력사업이 신용대출인데 결국 시중은행이 하고 있는 일이고, 향후 확대할 신사업도 마찬가지”며 “좋은 회사지만 결국 은행업이라는 점에서 밸류(20조원)가 고민되는 건 사실”이라고 발했다.
◇앤트그룹 벤치마킹은 '페이'가 해야
카카오뱅크는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옛 앤트파이낸셜)을 벤치마킹 하려하고 있다. RFP에 앤트그룹 관련 질의를 넣었다.
앤트그룹이 중국 시중은행 대비 월등한 밸류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밸류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 당국 견제로 IPO는 좌초됐지만 공모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무려 3130억달러(345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중국 시중은행 1위 공상은행 시가총액(22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데 일각에선 앤트그룹을 벤치마킹 해야할 곳은 카카오뱅크가 아닌 카카오페이라고 지적한다. 앤트그룹은 기반사업이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1위인 '알리페이'(점유율 52%)다. 2004년부터 알리페이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핀테크 공룡이 됐다. 2013년 자산관리, 2014년 신용대출(은행업), 2018년엔 보험업까지 진출했다.
즉 앤트그룹은 카카오그룹으로 따지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합친 회사다. 그리고 핵심 경쟁력은 카카오페이(알리페이)라고 볼 수 있다.
간편결제는 인터넷은행보다 소비자 이용도(트래픽)이 훨씬 높다.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많고 깊다. 플랫폼으로서 매력이 페이가 뱅크보다 월등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카카오페이는 3400만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의 간편결제와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거래액은 2018년 2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9년 48조1000억원으로 뛰었다.
그런데 업계가 예상하고 있는 카카오페이 밸류는 10조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절반이다. 카카오페이 IPO가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받는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도 밸류를 높게 부여하려면 뱅크보다 페이에 주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한다"며 "그런데 현재 분위기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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