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독립 사업 체제를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 '분사-상장' 프로세스에 돌입한 신사업 뿐만 아니라 MNO사업부도 세부 독립 사업 체제로 쪼개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론 전통 사업으로 여겨졌던 영역까지 전방위적인 분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회사측에 따르면 SK텔레콤은 MNO사업부를 9개 마케팅 컴퍼니로 재편했다. 각 컴퍼니는 △모바일 △구독형상품 △혼합현실(MR)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 부문이다. 각 조직명에 모두 'CO(Company)'를 붙임으로서 자율 의사결정 및 사업 추진을 하는 독립적 조직임을 명시했다.

각 사업조직을 기능별로 분류했던 방식에서 사업 아이템별(Product)별 조직으로 재편하려는 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개편안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이같은 조직개편이 MNO사업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존 4대 사업부(MNO·미디어·보안·커머스) 체제에서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부는 신사업 부문으로 분류된 조직이라 처음부터 독립 경영 및 분사 수순이 예정돼 있었다.

최근 분사가 결정된 '모빌리티사업단'의 경우에도 애초부터 독립 사업부문으로 키워지면서 분사가 가능한 수준으로의 조직 구성을 갖춘 상태였다. 기술 개발 조직부터 서비스 기획 및 사업 실행 조직을 모두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어 신속한 분사가 가능했다.

MNO사업부의 경우 SK텔레콤의 전통 사업인 이동통신 사업이 포함돼 있어 독자 경영체제로 전환하던 신사업 부문의 사업 재편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 왔다. 매출의 과반이상을 차지하면서 대표적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이라 분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박 사장은 MNO부문마저 분할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조직개편안을 두고 파격적인 변화라고 해석하는 이유다. 자체 생존가능성이 있다면 독자적 의사결정과 사업 추진을 통해 자생적 수익구조를 갖추는 것이 전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게 박 사장 판단이다.

이번에 자체 컴퍼니(CO)로 재편된 9개 부문을 독립 가능한 사업부문으로 본 셈이다. 기존 이동통신 사업은 9개 컴퍼니 중 '모바일 컴퍼니(CO)'로 최소화시켜 분류했다.

이 컴퍼니들이 당장 온전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구성을 갖춘 조직은 아직 아니다. 사업을 후방 지원할 스텝 조직이나 회계 조직은 각 컴퍼니가 별도로 갖추지 않았다. 당장은 각자 분야에 대해 자체 사업추진 및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는 수준의 조직이다.

장기적으론 각 사업부처럼 독립·분사를 검토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나 클라우드, MR, 메시징, 광고·데이터 컴퍼니의 경우 고정적 수익원 확보가 가능하다면 충분히 별도 사업체로 독립할 잠재력이 있는 조직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자체 수익구조를 구축한 사업부문을 독립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장 상황에 따라 '사업단'으로 격상한 뒤 분사-상장 프로세스를 밟은 티맵모빌리티의 전철을 밟는 그림이 가능하다.

이는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과도 맥이 닿아있다. 중간지주사 전환의 핵심은 SK텔레콤을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하는 작업이다. 사업부문은 MNO를 비롯해 보안, 미디어, 커머스, 모빌리티 등 각 사업 자회사로 분할된다. MNO 부문 내에서도 독립 가능한 사업은 최대한 분리·독립시키는 방향이 지주사가 보유한 전체 지분 가치를 키우는 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