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07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기자본 기준 10억원이 낮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운용업에 뛰어들기 위해 인생을 건 돈입니다. 신생 운용사들이 내년에도 펀드 수탁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채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최근 만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펀드 수탁대란에 이처럼 우려를 표시했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펀드 수탁 거부 사태가 '어느 정도로 심한지'보다 '언제 해소될지'에 대한 얘기가 더욱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기간 지속되고 있는 수탁대란에 피로감이 누적된 동시에 내년에도 지속될지를 두고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더욱이 수탁 거부 사태에 뚜렷한 해법이 없다. 금융투자협회도 업계의 의견을 취합해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당장 해결책으로 삼기 어려운 방안이 주를 이룬다. 생존의 압박을 받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한때 프라임브로커(PBS) 증권사들이 은행을 대신해 직접 수탁업무를 할 수 있는지 검토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을 갖추는데 드는 비용만 100억원에 달해 손사래를 쳤다는 후문이다. 증권사의 자금력이라면 못할 일도 아니지만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면 쉽사리 손대기 어려운 사업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신생 운용사들이 꾸준히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영업을 시작한 운용사 대표는 "아무리 시장이 침체됐다고 해도 펀드 설정을 추진하면서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겪을지 몰랐다"며 "실제 부딪혀 보지 않는다면 그 막막함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운용사는 그나마 초기 자본이 두둑했고 올해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으면서 고유재산 투자로 성과를 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펀드를 설정하면서 첫발을 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자기자본 10억원에 맞춰 시장에 뛰어든 운용사들에게 최근 시장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운용사를 운영하기 위해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연간 5억원 안팎의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자기자본의 7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최저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하려면 적어도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사모펀드 수탁대란의 시발점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다. 금감원이 수탁사에 사모펀드 감시감독 책임을 부과하면서 은행들은 신규수탁을 꺼리기 시작했다. 물론 펀드 시장의 허점을 보완하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긴 어렵다. 다만 사모펀드 시장 전체를 고려한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앞으로도 감독당국이 뒷짐만 진다면 사모펀드 시장은 루키(Rookie)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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