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기술을 육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나무가 단기간에 빠른 성장과 위상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카카오의 지원과 설립자인 송치형 의장의 공이 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카카오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설립한 핀테크 기업으로 2012년 4월 뉴스요약 서비스 '뉴스메이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두나무 설립자인 송치형 의장은 미국 비트렉스와 독점제휴를 제결하고 2017년 10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선보였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두나무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여 당시 개인투자사였던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두나무에 2억원의 초기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카카오도 2015년 두나무에 33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업비트는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이 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회원가입이나 본인인증 절차를 카카오톡 계정과 연동하고 카카오톡으로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상대적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카카오의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회원수와 거래량을 늘려간 셈이다.

이후 두나무를 이끌던 송 의장은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에게 두나무 대표이사 자리를 넘기고 개발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설립자인 송 의장은 여전히 두나무의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 의장으로 두나무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지난해 두나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송치형 의장(26.8%)은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어 김형년 두나무 부사장(14.3%),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11.7%), 카카오(8.1%), 우리기술투자(8.0%),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7.0%), 퀄컴(6.5%), 카카오청년창업펀드(2.7%)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기타 주주가 14.9%를 보유 중이다.

카카오는 2015년 9월 33억원을 투자해 두나무 지분 8.14%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나무에 대한 카카오의 연결 실체 지분율은 22.4%에 달한다.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은 카카오가 60.6%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이며, 카카오청년창업펀드 또한 카카오가 36.7%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송치형 의장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는 두나무에 대해 20% 이상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어 IFRS의 회계 기준에 따라 연결재무제표상 관계회사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지분율이나 여러 측면에서 카카오가 두나무의 실질적인 경영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

관계 회사란 지분율을 20% 이상 보유하거나 유의미적 영향력을 미치는 관계를 말한다. 따라서 관계기업은 모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지분법이익으로 반영돼 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올해 3분기 카카오는 두나무를 통해 116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이익을 회계처리에 반영했다. 이는 카카오 3분기 전체 지분법 이익의 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비트는 두나무 자회사들과 그리고 카카오와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며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사업 연계는 보이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성장한 두나무는 자회사인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과 스타트업 투자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자회사는 일본 도쿄 법인인 카카오G, 그라운드X, 싱가폴 법인인 클레이튼, 국내 법인인 그라운드원 네 곳이다. 카카오G는 블록체인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다.

카카오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화폐 클레이튼 디앱사 중 캐리프로토콜(CRE), 콘텐츠프로토콜, 코스모체인, 보라 등이 업비트에 상장돼있다. 현재 비트베리는 클레이튼에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클레이튼 기반 토큰인 KCT와 람다256이 개발한 루니버스 기반 토큰을 대상으로 실시간 자동 스왑을 지원하는 '간편스왑'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두나무간의 협업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카카오 출신인데다 현재까지도 서로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사업적으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두나무에 대해 단순 투자목적으로 선을 긋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분율이나 여러 측면에서 경영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 등에 대한 규제 문제나 대외적인 이미지 문제로 인해 조심스러운만큼 뚜렷한 사업 연계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