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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한진, 상법 개정안 '경영권 공격' 첫 사례되나신설 조항이 '6개월 의무 보유' 무력화, 주주제안 거부 명분 없을 듯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14 08:10:2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계열 물류회사 ㈜한진이 소수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상법 개정안 시행으로 '경영권 공격'을 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10월 경방으로부터 지분 전량을 넘겨받은 HYK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HYK1호펀드)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상장사 주주는 지분을 3%만 확보하면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존엔 6개월의 의무보유기간이 있었지만 이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이어 ㈜한진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은 지난 8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세운 HYK1호펀드로부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관련 요구사항이 담긴 내용증명을 받았다. HYK1호펀드는 현재 ㈜한진 지분 9.79%를 보유한 2대주주다. 경방이 '단순투자' 입장을 고수했던 것과 달리 HYK1호펀드는 지분 인수 당시부터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하며 행동을 준비했다.

내용증명에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HYK1호펀드가 지명하는 이사를 선임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위한 정관변경을 추진하라는 내용 등 주주제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휴자산 추가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은 내부 검토를 거쳐 회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HYK1호펀드가 ㈜한진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15일이다. 현행 상법대로라면 그로부터 6개월 뒤인 내년 4월14일부터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법상 주주제안에 관한 조항이 두 군데(제363조의2·제542조의6) 있는데 상장사의 경우 특례조항인 후자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상법 제542조의2(적용범위) 제2항에는 상장사에 대한 특례가 명시된 '제542조의2~13'이 다른 조항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적혀있다.


구체적으로 일반조항인 '제363조의2'에 따르면 의결권 있는 주식 3% 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는 지분 보유기간과 관계 없이 주총 안건을 주주제안 할 수 있다. 주총일 6주 전까지 서면이나 전자문서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하면 된다. 이사회는 해당 주주제안이 법령이나 정관 등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무조건 주총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상장사 특례조항인 '제542조의6'은 다르다. 제2항에 '제363조의2'에 따른 주주의 권리(주주제안권)를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지만 '6개월 전부터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제1항과 제3~7항도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만 다중대표소송, 이사·감사 해임청구, 회계장부열람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주권 행사 내용에 따라 보유해야 하는 지분율(0.01~1.50%)은 다르지만 '최소 6개월'로 의무 보유기간이 정해져있는 건 동일하다.
이번에 신설된 상법 제542조의6 제10항. <출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문제는 이번에 새로 추가된 제542조의6 제10항이다. '제1항부터 제7항까지는 제542조의2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다른 절에 따른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적혀있다. 풀어보면 의무 보유기간이 명시된 상장사 특례조항은 우선 적용권(제542조의2 제2항)에도 불구하고 일반조항 소수주주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주가 일반조항이나 특례조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기존엔 ㈜한진 이사회가 의무 보유기간을 이유로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됐다. 내년 3월 말 정기 주총 때까지 HYK1호펀드의 지분 보유기간이 6개월 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정식으로 공포되면 거절할 명분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HYK1호펀드의 지분율이 3% 이상인데다 주총일까지 6주 이상 남아 일반조항 주주제안 자격을 충족한다.

특히 HYK1호펀드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감사위원 분리 선임 역시 이번 상법 개정안에 담겨 통과된 내용이다. 기존엔 이사회 멤버 중 감사위원을 선임했지만 앞으로는 최소 1명 이상을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출해야 한다. 이 때 각 주주들은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3%룰)된다.

상법 개정안은 10일 기준 아직 정부로 이송되진 않은 상태다.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통상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률안은 1~2주 후 정부로 이송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해당 상법 개정안은 공포 후 즉시 시행이기 때문에 연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진 관계자는 "HYK파트너스로부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받았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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