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패러다임 변화]'형제경영' 엘앤에프, 지배력 강화 드라이브모회사 새로닉스 지분확대, 자회사 육성…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0-12-15 09:05:55
[편집자주]
2차전지 배터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가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효율에 안전성 높은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은 물론 소·부·장 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가 주도할 패러다임 전환에 발을 담갔다. 더벨은 변화에 대처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CD 백라이트유닛(BLU)에서 2차전지 양극재 사업으로 성공적인 '피보팅(pivoting)'을 일궈낸 엘앤에프가 허제홍 대표와 허제현 부사장을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선친에 이어 새로닉스와 엘앤에프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허제홍·제현 형제는 차세대 양극재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사업을 모멘텀으로 관계사의 수직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전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엘앤에프는 모회사 새로닉스가 LG디스플레이에 LCD용 BLU을 공급하기 위해 2000년 설립한 업체다. 새로닉스는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차남인 허학구 전 회장이 설립한 정화금속이 모태다. 오랫동안 LG전자 및 디스플레이에 포커스 팩(Focus pack), 어댑터(Adaptor), LCD용 인벤터(Inventer), 히터(Heater) 등을 공급하면서 사업을 영위했다. 2005년부터 2차전지(ESS)용 양극활물질을 생산하면서 기업의 체질을 서서히 변모시켰다.
허 대표 형제는 조부 허학구 전 회장에 이어 경영을 이끈 부친 허전수 전 회장이 2010년 별세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선다. 1976년생인 허 대표는 미국 남가주대(Univ. of Southern California) 유학 이후 LG필립스 연구소를 거쳐 엘앤에프 연구소에서 경영을 구상했다. 동생 허 부사장은 일본 유학(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이후 회사의 재무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2018년 허 대표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을 계기로 두 형제는 엘앤에프를 전기차(EV)용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빠르게 안착시켰다.
'형제경영' 이후 엘앤에프는 2018년 매출액 5000억원(5057억원)을 넘어서며 양극재 소재 분야 대장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등 경쟁기업의 선전과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2019년 말 매출액 3133억원, 영업손실 77억원 등으로 다소 부진했다. 올해 11월 엘앤에프는 NCMA 생산설비 관련 21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면서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90%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LG에너지솔루션)에 독점 공급하면서 확실한 '끈'을 잡았다는 평가다.
NCMA 시장에서 기선을 잡은 것을 계기로 허 대표 형제는 자신들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역시 강화하고 있다. 새로닉스를 연결고리로 기업집단 내 '캐시카우' 엘앤에프의 지배력 강화에 나섰고, 자회사 제이에이치케미칼(JH케미칼)의 덩치를 키우면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엘앤에프의 최대주주는 새로닉스(16.41%)다. 허 대표, 허 부사장 등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8.37%다. 허 대표 개인지분은 2.49%, 허 부사장은 1.96%에 불과하다. 대신 허 대표 형제는 새로닉스 지분을 각각 21.04%, 14.06%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허 대표가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관계사 광성전자가 보유한 지분 19.64%을 더하면 55%가량의 새로닉스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허 대표 형제→새로닉스→엘앤에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허 대표 형제는 엘앤에프 내 개인지분을 늘리는 대신 새로닉스를 통한 간접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새로닉스는 엘앤에프가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기 전인 지난 8월 엘앤에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취득했다. 새로닉스는 엘앤에프 신주 57만주를 143억원에 추가로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16.29%에서 16.41%로 올렸다.
IB업계 관계자는 "엘앤에프 이사회를 형제 경영인이 장악하고 있고, 자기주식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굳이 개인지분을 늘리는 방식보다 간접지배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앤에프의 자기주식은 374만주로 총주식 수 대비 13.32%에 이른다.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에 대한 포석도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새로닉스가 경영지주사 형태로 변환, 나머지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그림이다. 새로닉스는 주력 사업들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3분기 말 별도기준 매출액은 474억원, 영업손실 7억원 등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1213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이 경우 기업집단 내에서 자산규모(4702억원)와 매출액(3132억원)이 가장 큰 엘앤에프가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상장사이기 때문에 새로닉스는 엘앤에프의 보유 지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연결 자산규모 역시 5000억원 이상으로 불려야 한다. 현재는 1500억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엘앤에프의 자회사인 ‘JH케미칼’이다. 형제의 이니셜(제홍·제현)을 땄다고 알려졌다.
엘앤에프는 2011년 양극활물질의 원재료(전구체)를 생산하는 제이에이치화학공업(현 JH케미칼)을 설립해 안정적인 자체 수급망을 갖췄다. 엘앤에프가 64.61%, 새로닉스가 27.70%의 지분을 쥐고 있다. 엘앤에프가 NCMA 관련 대규모 투자에 나선 만큼 원재료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JH케미칼의 사세 역시 내년부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43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데 이어 올 3분기 말 25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출 볼륨이 커질수록 모회사의 지분법이익, 자산증가로 연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NCMA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는 만큼 이 시장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엘앤에프의 내년 전망이 매우 밝다"면서 "허 대표, 허 부사장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엘앤에프는 "2022년까지 3차 투자를 완료해 NCMA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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