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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면에 선 CJ 오너 3세, 승계시계 빨라진다 이선호 전 부장 내년 복귀 관측,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포진

최은진 기자공개 2020-12-15 08:51:2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4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60년생 61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경영자로서 한창 일 할 때이지만 건강이 발목을 잡는다. 40Kg대로 보일 만큼 야위었고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거동도 어렵다. 올 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이 회장의 모습을 통해 건강상태가 어느정도인지 어렴풋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건강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지분 및 경영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 회장에게는 불안요소다. 부친이 상속분쟁으로 고초를 치르는 걸 지켜본 입장에서 명확한 승계구도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자녀들의 승진이 화두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올해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예년보다 늦은 12월 중순께 이뤄졌다. 보통 10월 말, 늦어도 11월 중에는 발표됐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인사가 단행됐다. 특히 이번 인사에선 그간 당연히 있어온 하마평조차 돌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회장이 직접 인사계획을 막판에 '재검토 하라'고 지시하면서 대거 바뀌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졌다. 이 회장이 그만큼 이번 인사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분석이다.

이는 '승계'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대우)의 남편 정종환 CJ㈜ 부사장(대우)을 승진시키면서 경영승계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를 내비췄다. 정 부사장은 1980년생으로 오너 3세 일가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경영 중심축에 3세들을 배치하겠다는 목표로 해석됐다.

이 회장의 누나는 물론 아내까지 주요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녀들을 경영 깊숙이 참여시키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이 회장의 아내 김희재 부사장은 CJ㈜와 CJ ENM 등의 마케팅 지원에, 이 회장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은 CJ E&M 등 총괄 역할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순서대로 이경후 CJ ENM 부사장(左)·정종환 CJ㈜ 부사장(中)·이선호 CJ제일제당 전 부장
올해 인사에서도 이 부사장은 물론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전 부장의 승진이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됐다. 특히 이 전 부장의 경우 지난 2월에 3개월 정직처분을 받고 복귀일정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임원승진을 기점으로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 전 부장의 징계는 상반기 중 끝난 상태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았다. 자숙의 시간을 갖다 갑자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복귀한다는 게 언뜻봐도 합리적이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간 성과를 냈던 상황도 아니었다. 이 전 부장이 개인적으로 추진하던 사업까지 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졌다.

결국 올해 정기임원인사에선 이 부사장만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한단계 진급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이 부사장은 1985년생 최연소 부사장으로 등극하면서 주요 경영진으로 올라섰다. 사장 이상 고위급 인사가 거의 없는 CJ그룹에선 부사장 직급으로 '부사장대우-부사장-총괄부사장' 3단계에 달할 정도로 가장 두터운 층이다. 실무 임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편 정 부사장과 함께 이 부사장도 이에 합류한 셈이다.

이 전 부장의 복귀는 내년 초로 가닥이 잡혔다. 이미 징계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복귀해야 맞다. 세간의 시선 때문에 일정을 미루고 있지만 사직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회사의 직원이다. 복귀를 더 미룰 수 없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CJ그룹 공식적으로도 날짜를 특정할 순 없지만 늦지 않게 복귀할 거란 입장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께 복귀 후 업무성과를 바탕으로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진으로 승진하는 시나리오가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오너일가가 언제 임원을 다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다만 구도는 중요하다. 어떤 계열사에 누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느냐는 승계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이 전 부장이 내년에 복귀하게 되면 지주사 CJ㈜에는 정 부사장, CJ ENM에는 이 부사장, 그리고 CJ제일제당에는 이 전 부장으로 삼각편대가 형성된다.

각각 CJ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자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주축이다. 각 사업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과를 달성하면서 자연스레 경영승계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임원 인사는 이 전 부장의 복귀가 무산됐다고 하더라도 이 회장의 승계 계획에 있어선 큰 전환점으로 분석된다. 부사장으로 진급한 이 부사장 부부와 업무에 복귀하는 이 전 부장에게 중책을 맡기면서 서서히 승계 이후의 경영구도를 잡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분승계도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이 부사장과 이 전 부장이 주주로 있는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가 추진되고 있다. 프리 IPO를 거쳐 오는 2022년 상장한다. 이 회장의 두 자녀가 상당한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서 지분승계의 종잣돈을 마련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 전 부장의 복귀는 날짜를 특정하긴 어려우나 조만간 이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경후 부사장 부부가 주요 임원진으로 선임된데다 이 전 부장까지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승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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