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Story]450억 투자 1조 엑시트 어펄마, EMC로 대박 신화밸류업 후 새주인 찾기 성공…독립 1년차 성과 '각인'
한희연 기자공개 2020-12-14 08:06:33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그 어느때보다도 위축됐던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핫'했던 매물은 폐기물처리업 등을 영위하는 환경관리기업들이었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가진 인프라 자산으로 분류되면서 이들 기업은 큰 주목을 받으며 다수의 딜이 성사됐다.그간 중소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었던 환경관리업은 몇 년전부터 일부 PE들의 진입으로 시장 재편 작업이 시작됐다. 이들 PE들은 전략적인 밸류업 작업을 통해 일정수준 규모의 경제를 이뤘고, 올들어 그야말로 핫한 매물이 됐다. 어펄마캐피탈의 EMC홀딩스는 올해 있었던 환경관리업체 매각 건 중 가장 큰 규모로 딜이 성사된 경우다. 특히 PE 투자 초반에 비해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불확실성 큰 시장환경서 낭중지추…인수전 치열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이날 어펄마캐피탈로부터 EMC홀딩스를 인수하기 위한 잔금납입을 마무리하고 딜을 최종적으로 클로징 했다.
EMC홀딩스는 올초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 공개입찰 과정을 통해 SK건설이 최종 인수자가 됐다. EMC홀딩스 인수전의 경우 초반부터 다수의 원매자들이 뛰어들며 흥행을 예고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올해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창출로 각광받던 섹터인데다, 규모면에서도 대형 기관 위주로 군침을 흘릴만한 매물이었기 때문이다.
EMC홀딩스 지분 100%의 거래가격은 1조500억원이다. 감사보고서상 EMC홀딩스의 지난해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22억원이다. 지난해 에비타를 감안하면 14~15배의 에비타 멀티플로 거래가격이 정해진 셈이다.
어펄마캐피탈은 최근 몇년간 유동성이 풍부한 글로벌 인프라펀드들이 EMC홀딩스에 대해 다수 러브콜을 보내자, 매각을 결정했다. 일부 펀드들이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오는 상황에서 시장 환경 등을 감안해 올해가 매각 적기라 판단했다.
이미 다수의 원매자들이 문의가 이어져온 점을 감안해 어펄마캐피탈은 경쟁에 입각한 공개매각으로 딜을 진행하기로 했다. 2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3월경 티저레터를 배포하며 시장 수요를 태핑한 매각측은 5월초 투자설명서(IM)을 배포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대형 PEF와 건설회사, 글로벌 인프라펀드 등이 IM을 받아가며 매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IM을 받아본 원매자들만 40여곳이 넘었다. 이같은 열기는 6월 초 열린 예비입찰에도 이어져 15여곳의 원매자가 넌바인딩 오퍼를 냈다. 매각측은 이들 중 5곳 정도의 숏리스트를 추려 상세실사 기회를 부여했다.
숏리스트에는 SK건설을 비롯해 골드만삭스PIA, 케펠인프라펀드, IPM컨소시엄 등이 포함됐다. 이들 원매자들은 한달 반 가량 진행된 상세실사 과정에서 인수의지를 적극 드러냈고, 8월초 이뤄진 본입찰에도 모두 응찰해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여줬다. 매각측은 고심 끝에 8월 중순 SK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9월1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며 거래를 확정지었다.
본입찰에 응찰한 후보들의 가격은 비슷한 수준을 형성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인수후 비전이나 계약서 마크업 등 세부 조건에서 승패가 갈렸다는 평가다. SK건설의 경우 SK 그룹 내부적으로 환경사업을 신사업으로 설정, 앞으로 적극 키우려는 의지를 강력히 어필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성공적 리턴 뒤 피나는 컴퍼니리빌딩 과정 주목
어펄마캐피탈에게 EMC홀딩스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트랙레코드를 심어준 포트폴리오다.
EMC홀딩스는 1997년 환경관리공단이 자본금 61억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됐다. 공기업 민영화 시책에 따라 2000년 12월30일자로 종업원 206명이 주식 100%를 인수하며 민영화됐으며 국내 수처리 1위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7년 소유는 코오롱그룹으로 넘어가 코오롱워터앤에너지라는 이름으로 경영활동이 이뤄졌다.
어펄마캐피탈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9년으로 당시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지분 35%를 취득하며 소수지분 투자를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어펄마캐피탈의 소수지분 투자기간 동안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두차례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수처리 부문의 강자로서 사업에 안정성은 있었으나 IPO시 중시되는 성장성 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같은 지적에도 어펄마캐피탈은 2016년 나머지 65%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바이아웃 투자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환경관리사업의 역학관계를 봤을 때 매립이나 소각 등 폐기물사업을 추가로 확보해 성장동력을 이끌어낸다면 더욱 가치있는 회사로 키워내기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어펄마캐피탈은 코오롱환경에너지 인수 후 사명을 EMC홀딩스(환경관리주식회사)로 바꿨다. 수처리 뿐 아니라 종합 환경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아웃 전환 직후 어펄마캐피탈은 폐기물처리업체 인수에 적극 뛰어들며 구체적으로 계획을 실천했다. 2017년 충청환경에너지, 경기환경에너지(구 삼협그린텍), 와이에스텍, 2018년 서남환경에너지(구 에코그린), 경인환경에너지(구 WIK그린), 2019년 경북환경에너지 등을 인수했다. 4년간 6개의 볼트온 투자를 단행, 수처리 중심이었던 회사를 폐기물 소각과 매립 등을 겸비한 종합환경플랫폼으로 키워냈다.
EMC홀딩스 투자는 일명 '컴퍼니 리빌더 전략'이 잘 발휘한 케이스로 기록되게 됐다. PE가 전략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붙이면서 수익창출력을 폭발적으로 키운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EMC홀딩스의 매출액은 2600억원 수준이었으나, 4년 후인 2019년 3893억원으로 급증했다. IM 상 2020년 매출 추정치는 4138억원이었다. 에비타의 경우 2016년 339억원에 불과했으나 2019년 919억원으로 세배가량 늘었다. 2020년 에비타 추정치는 1022억원이다.
기업가치를 한껏 올린 어펄마캐피탈은 EMC홀딩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첫 조단위 엑시트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EMC홀딩스 투자에 있어 어펄마캐피탈의 투자원금은 2009년 소수지분 투자 당시 450억원이 전부다. 이후 밸류업 과정에서 볼트온 투자는 회사 자체의 현금흐름과 파이낸싱 등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추가 에쿼티 출자는 없었다. 이를 감안해 바이아웃 투자 원년인 2016년부터 계산한 수익률은 머니멀티플로 18배에 달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새주인 SK건설 아래 향후 성장스토리 주목
새로운 인수자가 SI인 점도 이번 EMC홀딩스 딜의 품격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기업가치를 키워 이를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SI에 매각 하는 것은 PE 바이아웃 투자의 정석으로 여겨진다. EMC홀딩스는 SK건설과 사업적 연관성이나 환경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게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SK건설이 속한 SK그룹은 '사회적 가치추구'를 경영이념으로 삼고 최근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 중 하나다. EMC홀딩스가 영위하고 있는 환경관리사업은 '친환경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런 기조에 부합하는 섹터로 평가받고 있어, 이번 인수전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었다.
실제로 이번 딜의 인수주체는 SK건설이지만 인수전 참여 과정에서 지주사인 SK㈜와의 협업이 돋보였다고 알려졌다.
딜 초반 마케팅 단계에서는 SK㈜가 주축이 돼 딜의 전반적인 면을 검토했고, 예비입찰 이후 단계부터는 인수 주체인 SK건설이 전면으로 나서 세부적인 작업을 추진했다. 지주 차원에서 큰 그림에 비춰 인수 메리트를 먼저 따져본 후 어느정도 확신이 생기자 내부적인 교통정리를 통해 SK건설이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도 딜 프로세스 등에서는 SK㈜가, 인수후통합(PMI) 등 세부전략에 관해서는 SK건설이 주된 역할을 담당했다.
SK건설은 이미 10여년간 태영건설과 함께 TSK코퍼레이션에 투자해 환경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이같은 연륜에 더해 향후 비전과 사업 강화계획, 그룹사와의 시너지 등이 협상과정에서 비정량적 점수로 이어지면서, EMC홀딩스 인수 성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SK건설은 이번 EMC홀딩스 인수를 초석으로 풀체인 환경 비지니스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제 막 딜이 최종적으로 완료돼 구체적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SK건설은 EMC홀딩스의 외형확장에 가장 먼저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의 캡티브 물량 확보 등을 바탕으로 초반 빠른 외형성장을 달성하고, 유관기업 인수 등의 볼트온 전략도 적극적으로 병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환경관리 사업은 최근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한 재편이 적극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빠른 외형확장으로 국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해외 M&A 등으로 글로벌 환경업체로의 성장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진출의 방법으로는 해외 업체 인수 뿐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협력, 동반진출 등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거래에서 매각측의 경우 씨티증권과 SC증권이 공동으로 금융자문을, 딜로이트안진이 회계자문을, 김앤장이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SK건설쪽은 BDA파트너스가 금융자문을, 삼정KPMG가 회계자문을, 법무법인 광장이 법률자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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