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채권 평가, 신평사 진입 통해 '다양성' 확보 [Market Watch]4대 회계법인 이어 한신평도 수임…'사후보고' 관리 관건
남준우 기자공개 2020-12-21 13:20:3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8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국내 SRI채권 평가 시장은 회계법인과 일부 외국계 기관의 영역이었다. 최근 사후 평가에 익숙한 신용평가사가 시장에 진입하며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SRI채권 평가에서 '사전검증'보다 중요한 것은 '사후보고'다. 철저한 관리로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평가 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앞으로 평가의 투명성과 정확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사전검증, 회계법인이 주로 담당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사회적책임투자) 채권은 친환경 혹은 사회적 이익 창출에 쓰이는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을 지칭한다. 발행 전 외부 기관에 사전검증을 받고 사후보고도 해야한다는 점에서 일반 회사채와 차이가 있다.
2018년 4개 기업이 총 1조2500억원의 SRI채권을 발행했다. 2019년엔 17개 발행사가 26조9373억원을 조달했다. 2020년에는 23개 기관이 58조8842억원을 발행하는 등 전년 대비 두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SRI 채권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평가 시장도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평가와 검증을 수행하는 곳은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국내 '빅4' 회계법인이다.
삼정KPMG가 가장 많은 사전검증을 진행했다. 2018년 5월 산업은행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화 녹색채권을 찍을 때부터 함께했다. 2019년부터는 일반 기업으로 평가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9월 녹색채권으로 5000억원을 발행한 SK에너지를 시작으로 10월 GS칼텍스 녹색채권까지 연이어 사전검증을 담당했다.
◇사후보고 수임도 물꼬 터
SRI채권은 '사전검증'보다 '사후보고'가 더 중요하다. 특히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후 평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그린워싱은 SRI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당초 취지대로 쓰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딜로이트안진은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SRI채권 사후보고 인증 업무를 수임했다.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나서 외부기관으로부터 사후보고 평가를 받기로 한 만큼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 민간 기업까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도 SRI 시장 진출 이후 한국중부발전과 롯데카드의 평가를 맡았다. 내년 1월 발행 예정인 현대제철의 녹색채권 사전 검증도 수임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자금을 소진할 때까지 1년마다 사후보고를 통해 한국신용평가에서 검증을 받을 예정이다.
◇평가기관 다양화…시장 활성화에 도움
한국신용평가는 ESG채권에 기존 회사채 등급과는 다른 등급을 매길 예정이다. 지속가능채권은 STB1~STB5, 사회적채권은 SB1~SB5, 녹색채권은 GB1~GB5의 등급을 부여한다.
현대제철은 한국신용평가의 첫 ESG등급 평정에 맞춰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쇄신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앞으로 당진공장이 친환경 사업도 병행하는 모습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며 "한신평이 제시하는 ESG등급이 기관의 투자 판단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채 정기·수시 평가같은 후속 평가 경험도 ESG채권 사후보고에 충분히 녹일 수 있다. 일부 발전 공기업과 농약업체 등 환경 이슈에 민감한 기업은 한국신용평가와 이 부분을 논의 중이다.
시장 관계자는 "SRI채권 검증 수수료는 1500만~3000만원 수준으로 기존 회계법인 감사 수수료에 비하면 적은 규모"라며 "신평사도 SRI 채권과 관련한 다양한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 시장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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