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IR 전략 변화 점검]지배구조 정비 김태오 DGB회장, 신규투자 유치 탄력⑩연기금·국부펀드 발굴 적극…영국·미국 뮤추얼펀드 중심 관리 주문
손현지 기자공개 2020-12-28 09:55:01
[편집자주]
코로나19는 은행들의 해외 IR 전략에도 큰 변화를 안겼다. 출장길이 막히자 '버추얼 NDR' 등 비대면 IR 방식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탓이다. 특히 IR 활동이 이전보다 더 활발해진 양상이다. 대다수가 해외주주 비중이 60%를 넘는 상태여서 이들과 네트워크 유지가 절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주가 부양이 회장들의 약속이었다는 점도 한몫을 한 분위기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해외 IR 전략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임에 성공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해외주주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주가를 억누르고 있던 지배구조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해외 투심을 사로잡을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그 중에서도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탈한 투자자를 재설득하는 데 시간을 쏟기 보단 새로운 장기투자자를 영입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요 타깃은 연기금이나 국부펀드 등 장기투자 성향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비대면 IR 효과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기존주주 이탈 방지→신규투자자 유치 '전략선회'
DGB금융 주주들은 대체로 중장기 성향의 투자기관으로 가치주를 지향하는 성향이 짙은 편이다. 단순히 시가총액이나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두고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들은 DGB금융이 지역내 점유율이 확고하다는 점, 이로 인해 실적 변동성이 작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왔다.
김 회장도 이들의 투자 성향을 감안해 IR을 진행할 때 스킨십과 유대관계 형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미팅은 일대일로 진행했으며 전체 해외IR 스케줄의 70%는 기존 주주 중심으로 미팅을 잡았다. 작년에는 직접 홍콩, 싱가포르 등을 돌며 템플턴, 블랙록, HSBC, 맥쿼리 등 총 11곳의 대형자산운용사들을 직접 만났다. 액티브펀드를 취급하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주축이 된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IR전략을 선회했다. 코로나로 주주들과의 대면미팅이 어려워진 만큼 기존 유대관계를 중심으로 어필해 투자자들을 관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때문에 장기성향의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이탈하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한 노력보단 DGB금융의 가치를 알아볼 새로운 파트너를 발굴하는데 더 많은 힘을 쏟기로 한 셈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이탈 투자자들의 매각 사유를 감안해 재유치 보다는 신규투자자 유치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더불어 굳건한 투자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주요 주주들을 중심으로도 IR을 실시해 지분확대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안정화…신규 기관투자자 유치 적극
김 회장이 신규투자자 유치에 이처럼 적극적인 건 그간 취약했던 지배구조 측면에서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긴 영향도 있다. 김 회장이 취임했던 2018년까지만 해도 DGB금융은 제왕적인 지배구조와 느슨한 이사회 운영으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CEO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터지며 조직이 혼란스러웠다.
사실상 지배구조는 글로벌 장기성향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가 IR을 나갈 때마다 연기금이나 국부펀드를 자랑스럽게 마주하지 못했던 배경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차근히 정비해나갔다. 우선 CEO육성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사회 외부에 이사회사무국을 별도 기구로 꾸렸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올해부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제를 도입해 선출과정을 투명하게 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DGB금융은 지난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 ESG통합 등급 최고점수인 'A+'를 받았다. 2018년 기존 'A'에서 'B+'로 KCGS 지배구조 평가등급이 추락한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또 지속가능성대회인 'Korean Sustainability Conference 2020'에서 국내기업 최초로 지속가능부문에서 우수기업에 10회 선정되는 쾌거를 누렸다.
탄탄해진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다시 해외투심을 두드리고 있다. 김 회장은 비대면 방식(컨퍼런스콜, 회상회의, 이메일)으로 장기투자자들에게 지배구조 개선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와이 미팅횟수도 크게 늘렸다. 국민연금은 5% 가량 지분을 늘려 현재 약 11%의 비중을 보유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외국인 자금이 재유입되는 양상이다. 기존 외국인 보유주식 비중이 65%에서 작년 말 52%까지 하락했다. MSCI지수 편출까지 맞물려 지난 6월 43.98%까지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반등해 11월 초 기준 47%까지 회복된 상황이다.
◇아시아·중동 투자자 이탈…영국·미국 가치투자자 중심 관리
기존 주주 관리 전략도 사뭇 달라졌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맞물리면서 주주판도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도 오히려 투자비중을 늘린 투자자와 비중을 축소한 투자자로 나뉜 상황이다. 이탈한 투자자에 힘을 빼기로 한 DGB금융으로선 관리해야 할 투자자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진 셈이다.
작년 말 기준 1% 이상 주주 구성을 보면 중동·아시아계 연기금들은 등을 돌린 모습이다.
싱가포르투자청(THE GOVERNMENT OF SINGAPORE)이나 중국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은 2017년 이후 더이상 DGB금융 주식을 늘리지 않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 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 LENDI)역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앙은행인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UDI ARABIAN MONETARY AGENCY)은 5%대 주식을 보유하며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작년에는 1% 미만으로 줄였다.
그러나 유럽계 장기투자자들과 기존 미국계 뮤추얼 펀드들의 투심은 변하지 않았다. 우선 노르웨이의 중앙은행이자 대표 연기금인 노르웨이은행(NORGES BANK)의 경우 1.62%로 지분 비중을 늘렸다. 아시아태평양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영국계 운용사인 엣지바스톤(EDGBASTON ASIAN EQUITY TRUST)도 지분을 2.17%까지 확대했다.
오랜 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뮤추얼 펀드들도 투자 비중을 늘려 화답했다. 가치투자자인 미국 투자법인 해리스의 오크마크인터내셔널스몰캡 펀드(THE OAKMARK INTERNATIONAL SMALL CAP FUND)도 꾸준한 투자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오크마크는 템플턴이나 피델리티, 유로퍼시픽그로스와 함께 대표적인 뮤추얼펀드로 꼽히는 기관투자자다.
미국계 페어트리펀드(PEAR TREE FUNDS)의 경우 작년 말 지분을 1.3%까지 늘렸다. 인덱스펀드인 뱅가드(VANGUARD TOTAL INTERNATIONAL STOCK INDEX)도 1% 안팎 수준으로 확대했다. 영국계 투자회사인 하이클리어인터네셔널인베스터(THE HIGHCLERE INTERNATIONAL INVESTORS)역시 꾸준한 투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유입된 대형 하우스도 굳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간(JP MORGAN SECURITIES)는 주식 보유 비중을 총 2.86% 까지 늘렸으며 모건스탠리도 1%대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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