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목표를 세웠다. 올해 자산 순위를 업계 10위 안까지 끌어 올리겠다.”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는 지난해말 연임을 확정 지은 날 통화에서 올해 자산 규모 기준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들겠다고 천명했다. 혹자에게는 소소한 목표처럼 보일 수도 있다. 보통 KB금융계열 회사들은 진출한 사업 분야에서 세 손가락 안에는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에서 KB의 위상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KB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이다. 업계 10위 안에 드는 곳들은 최소 2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대 덩치를 자랑한다. 1년 안에 격차를 좁히려면 꽤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야 한다. 그의 말마따나 커다란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마냥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신 대표는 2017년 말 취임한 이후 줄곧 인터넷은행 수준으로 디지털 역량을 기르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맞춰 조직개편은 물론이고 기존 플랫폼도 전면 개편해 지난해 4월에는 ‘키위뱅크’를 탄생시켰다.
꾸준한 디지털 행보는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KB저축은행 건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여·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5개 부서 직원이 나란히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보통의 금융회사라면 필수 인력이라도 출근해 업무를 맡았을 것이다.
그러나 KB저축은행은 달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여·수신 절차를 진행했다. 키위뱅크에 직원의 물리적 개입이 필요 없는 덕이다. KB저축은행 내부에서도 ‘유례없는 케이스’라며 어깨를 으쓱하는 분위기였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키위뱅크는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50만건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자산총계와 대출채권도 각각 3000억원, 2400억원 늘었다. KB저축은행의 성장 공언이 마냥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는 신 대표에게 KB저축은행을 1년 더 맡겼다. 최근 수익성은 다소 주춤했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그가 KB저축은행의 발전 기반을 닦아 놨다는 사실 만큼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올해 말 열 손가락 안에 KB저축은행을 꼽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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