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신사업 지도]DL그룹, 새로운 먹거리 '스페셜티' 화학서 찾는다카리플렉스 성공 경험 발판 투자…지배구조 최상단 대림코퍼 실적 상승에도 도움
이정완 기자공개 2021-01-19 14:39:11
[편집자주]
수년전만 해도 건설사의 신사업 찾기 노력은 '빈말'에 그쳤다. 업황 침체기에만 반짝 등장했다가 본업이 회복되면 수그러들기 일쑤였다. 본업에서 영광이 재현되길 어렵다는 것을 느낀 걸까. 최근 건설사의 움직임은 확실히 달라졌다. 신설 조직을 세우고 신사업 매출을 따로 명시하는 곳까지 생겼다. 현금 보유고가 최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한 건설사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5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을 모체로 하는 DL그룹(옛 대림그룹)은 기업 분할 후 '디벨로퍼'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디벨로퍼라고 하면 건설업에서 이뤄지는 자체 개발사업을 생각하기 쉽지만 DL그룹은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디벨로퍼 전략을 꾀한다. DL그룹은 DL케미칼을 통해 고부가 스페셜티(Specialty)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석유화학 사업이 커지면 관련 사업을 맡고 있는 DL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의 실적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지난해 9월 옛 대림산업이 지주·건설·석유화학 3사 분할을 발표했을 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사업 육성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주사 DL이 석유화학기업 DL케미칼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를 만들어 대규모 투자를 실시할 것이란 평이었다. 기존 대림산업 내 사업부 체제에서는 의사결정 시 건설업과 석유화학업 사이에서 서로의 재무 계획에 대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별도 법인으로 떨어져 나갔으니 이런 문제로부터는 자유로워진 셈이다.
DL케미칼이 가장 중점을 두고 키울 사업은 스페셜티 사업이다. DL케미칼은 지난해 초 인수한 의료용 소재 생산업체 카리플렉스(Cariflex)의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페셜티 분야에서 먹거리 창출에 힘쓸 계획이다.
DL케미칼은 1979년 호남에틸렌을 인수해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한 후 폴리부텐 세계 시장점유율 약 30%로 1위에 오를 만큼 전통 기술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석유화학제품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만으로는 수익성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ECC(에탄분해설비) 가동량이 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도 플랜트 증설을 실시해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DL케미칼은 지난해 3월 미국 크레이튼(Kraton)으로부터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카리플렉스를 인수했다. 카리플렉스는 수술용 장갑, 주사용기 고무 마개 등에 쓰이는 의료용 소재 전문 생산업체인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호실적을 거둔 덕에 작년 7월 600억원을 추가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기도 했다.
DL케미칼은 장기적으로 카리플렉스처럼 특수 소재를 만드는 스페셜티 분야에서 DL케미칼 영업이익 40% 이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2025년까지 이를 달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수를 통해 우수한 성과의 발판을 마련한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도 갖추고 있다. DL케미칼은 명확한 투자정책, 절차 및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DL케미칼 내 대표적인 투자 전문가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2012년 대림산업 전무로 회사에 합류하기 전까지 BNP파리바, 소프트뱅크코리아, SK텔레콤 등에서 투자 업무를 맡았다. 2008년 SK텔레콤에서 상무로 일할 때에는 해외 진출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2019년 1월 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 부회장은 사업 전략과 구조조정 등에 강점이 있어 향후 신규 투자에서 그의 역량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은 분사 후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2102억원을 보유하게 돼 투자 여력이 풍부한 상황은 아니다. 2019년 연간 기준 석유화학사업부 실적도 매출 1조1151억원, 영업이익 749억원을 기록해 회사가 계획한 조 단위 투자금을 실적만으로 모두 충당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부채비율은 70%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단기 차입에 대한 부담도 적다. 분할 시점을 기준으로 DL케미칼의 유동자산은 4425억원인데 반면 유동부채는 1913억원으로 유동비율이 231%에 달한다. 통상 유동비율이 200%를 넘으면 단기 채무 상황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여긴다. DL케미칼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향후 공모채 발행 등 자금시장에서 조달을 노릴 때 시장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도록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DL케미칼이 신규 투자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수익성 증가를 달성하게 된다면 DL그룹 최상단 지배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석유화학 상품 트레이딩을 회사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이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매출 중 50% 가량이 석유화학부문에서 나왔을 만큼 매출 비중이 높다. 특히 대림코퍼레이션이 지난해 말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부진한 선박사업부의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어 석유화학 사업부문 실적 상승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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