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부동산 투자자제" 총리 발언에 LP들 '혼란' 뉴딜펀드 독려 해석…현장선 비판 목소리 우세
최익환 기자공개 2021-01-29 08:29:3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8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뉴딜펀드 지원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출자기관(LP)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기관 투자자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국무총리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을 중심으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사업계획을 수정해야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여당은 국가경제자문회의를 열고 각 부처 소관의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의 부동산 투자 축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각 연기금과 공제회의 소관부처가 자산운용지침 수정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연기금 및 공제회가 공공기관 성격임을 감안하면 국내 부동산 투자는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6일엔 국무회의에서 총리가 관련 발언을 내놓으며 정부·여당의 이러한 방침은 굳어지는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기관투자자 등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제가 미흡해서 기관투자자의 부동산 투자로 자산시장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상업용 부동산보다는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발표와 총리의 발언 등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등에 대한 정책자금 출자사업이 시작되는 등 관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연기금과 공제회로부터 추가로 출자 받아야만 펀드 결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뉴딜펀드 관련 출자를 진행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당장 해외 부동산 투자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의 움직임이 연기금과 공제회의 수익창출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부동산 투자는 각 자산운용사 등이 결성한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이 오피스빌딩과 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되고 있어 정부가 우려해온 주택시장 과열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의 자산이 회원들의 노후자산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LP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날선 비판도 나온다. 시장 변화에 따라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LP 입장에선 당장 부동산 투자를 포기하면 어디서 수익률을 맞출지가 가장 큰 고민이 될 전망이다. 각 LP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20% 선의 부동산 자산비중 중 절반 가량이 국내 부동산 관련 자산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대부분 LP가 상급부처의 감사는 물론이고 이슈가 발생하면 수시로 보고해야하는 등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있는 상황에서 총리의 발언은 지나치기 힘들다”며 “결국 부동산 익스포저를 줄이는 대신 뉴딜펀드에 투자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산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올해 사업계획 구성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결산일이 6월 등으로 연말이 아닌 곳들 역시 내년 투자를 위한 자산배분 등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실제 정부 부처들이 자산운용지침 수정에 나설 경우 사업계획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업계획이 짜이는 시점에 LP들의 출자검토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감안하면 투자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사업계획을 입안하고 심의 받아야하는 실무자들 입장에선 정부와 여당의 강력한 뉴딜펀드 드라이브가 달갑지 않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대체투자 관련부서는 업무부담이 늘어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지침 수정 시 축소되어야 하는 부동산투자 관련 부서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당장 각 LP별로 내부갈등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전직 여당 국회의원 출신 등 여권 인사들인 각 공제회 이사장들이 정부의 움직임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적으로 실무부서에선 수익률 감소 등을 이유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각 기관별로 당해연도 시장 상황에 맞게 자산을 배분하고 이에 따른 시뮬레이션도 수십차례 돌려가며 사업계획을 정하게 된다”며 “정부의 운용지침 수정 요구가 이어질 경우 각 LP별로 내부 조직 변화와 갈등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