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VC 기상도]황만순 한투파 대표 "포화 시장, 그래도 바이오"포트폴리오 비중 30% 유지, 섹터 변화 필요···AI·기후 변화 대응기술 주목
이명관 기자공개 2021-02-03 10:39:18
[편집자주]
지난해 벤처투자시장은 펀딩 6조원 시대를 여는 새 역사를 썼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만났지만 벤처투자시장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은 그간 예측해왔던 산업의 변화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벤처투자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벤처캐피탈(VC) 업계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시장의 중심에 선 하우스를 통해 올해 벤처투자 전망과 그에 따른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1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큰 손으로 꼽히는 곳이다. 2012년부터 8년 연속 '벤처투자왕'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엔 연간 투자액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심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정책자금 운용 기관의 정책이 뒷받침 되며 국내외 바이오 기업은 물론 ICT, 코스메틱 등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해도 활발히 투자에 나서며 벤처투자왕 자리를 수성할 참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눈길은 올해 바이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섹터 등으로 향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바이오 30% 유지, AI 주목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벤처기업에 가장 많은 실탄을 투자한 곳이다. 작년 집행액은 4431억원이다. 돌발 변수였던 코로나19에도 전년대비 43%나 투자 규모가 확대됐다. 신규 투자기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포트폴리오 중 일정 수준의 마일스톤을 달성한 곳에 적극적으로 팔로우온 투자가 이어졌다.
투자처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고르게 분포했다. 국내 투자액은 2428억원, 해외 투자액은 2003억원 수준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벤처캐피탈 78곳 가운데 유일하게 2000억원을 모두 넘어섰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설립이래 처음으로 연간 투자액 4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전체 투자액 중 산업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바이오가 30%대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ICT서비스가 20%대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핵심은 바이오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올해도 바이오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30%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며 "바이오가 포화상태인 것은 맞지만, 역설적이게도 여전히 핵심 섹터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년 째 바이오는 VC의 가장 핫한 투자 섹터로 자리하고 있다. 몇몇 하우스는 포트폴리오의 과반 이상을 바이오 기업으로 채울 정도다. 이에 바이오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VC들은 전문 심사역을 통해 투자처를 발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포화상태라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향후 벤처투자 중심엔 바이오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황 대표는 "사람의 몸을 완전히 정복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가장 잘 알려진 '암'도 종류가 다양해 그 중 일부만을 치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연구해야할 영역이 많다"며 "다만 이전과 달리 투자 대상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와 함께 그가 주목한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황 대표는 "AI는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다"며 "어떻게 접목되느냐에 따라 투자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산업 중 그가 언급한 섹터는 의료산업이다. 그는 "국대 대형 병원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여있다"며 "해외에선 빅데이터를 넘어 메가 데이터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개인정보 활용 문제가 있어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AI와 결합될 경우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라고 덧붙였다.
올해 투자 화두로 바이오와 AI를 지목했다면 장기적 관점에선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고민이 상당하다"며 "관련 대응 기술을 가진 기업은 경쟁력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기술 관련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체육'을 예로 들었다. 일반고기와 맛과 식감이 매우 유사한 식물 기반 대체육은 최근 식품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대체육에 대한 연구는 지구 온난화의 수 많은 요인 중 하나인 '공장식 축산업'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현재 가축은 지구 땅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축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 중 약 14% 수준으로 전해진다.
◇약대 출신 바이오 전문가
황 대표는 약대 출신의 첫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유한양행에서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다 2001년 창업투자회사였던 한국바이오기술투자로 적을 옮기며 본격적으로 VC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이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합류한 시기는 2009년이다. 이후 바이오 투자를 주로 담당하며 남다른 트렉레코드를 쌓아왔다.
이렇게 그는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에 대박을 안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바이로메드, 아이진 등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글로벌바이오PEF를 운용하며 해외 바이오기업 투자금 회수 사례도 써내려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지난해 말 대표로 선임됐다.
대표에 오른 첫 해부터 그는 바이오 분야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작년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결성한 3500억원대의 바이오 섹터펀드(sector fund)가 그 주인공이다. 특정분야에만 한정해 최대 3000억원을 상회하는 섹터펀드를 조성하는 건 국내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바이오 투자에서 확실한 트랙레코드와 탄탄한 네트워크가 구축됐다는 의미다. 현재 국민연금과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출자확약한 투자금만 해도 1800억원이다. 나머지 1000억원 내외를 다른 연기금 등에서 매칭했다.
해당 펀드는 작년 7월 232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했다. 이후 연말께 추가로 펀딩해 멀티클로징을 마쳤다. 작년 일부 투자가 이뤄진 가운데 올해 본격적인 소진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펀딩도 쉬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작년 4540억원의 펀딩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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