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이범택 디딤 대표, 새 주인 '정담유통' 대출 노림수는④웨스트·삼진 지분 공동 매각, 매매금 절반 특약 설정…회수 난항 시 지분 대환 조건
신상윤 기자공개 2021-02-04 08:05:55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2일 15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범택 디딤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디딤의 경영권 매각 대금의 절반을 양수인에게 차입금 형태로 남겨두기로 했다.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을 공동 보유자로 끌어와 자금력이 약한 새 주인 정담유통의 지배력 구축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타격받은 디딤에는 외부 자극을 주는 한편 차입금 회수 난항 시 지분으로 돌려받아 경영 복귀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다.이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쓴 사업가로 읽힌다. 백제원(한식)과 도쿄하나(일식) 등 파인다이닝 식당들의 성공과 신 마포갈매기, 연안식당과 같은 외식업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프랜차이즈의 확장은 여러 세대를 타깃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일부 브랜드는 해외에 진출하는 등 디딤은 연간 매출 1000억원대 규모의 외식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의 성공 신화는 많은 실패 끝에 쌓은 금자탑이다. 이 대표는 길거리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실내 포장마차 음식점 '원두막', 숯불갈비 전문점 '대나무집' 등의 실패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었고 경험을 축적했다. 식당 영업의 밑바닥을 다졌던 그에게 갈매기살의 전국적 유행을 가져온 '신 마포갈매기' 성공은 재기의 발판이 됐다.
이 대표는 신 마포갈매기 성공에 힘입어 법인 전환과 공장 신축, 파인다이닝 사업 확대 등을 이뤘다. 디딤은 2017년 코스닥시장 입성과 연안식당 성공으로 다시 한 단계 도약했다. 특히 연안식당은 꼬막 비빔밥 등 인기에 힘입어 잠시 주춤했던 프랜차이즈 사업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야기한 실패는 이전과는 따른 경험이었다. 결국 그는 배달 음식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인 정담유통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며 경영 일선에선 물러날 예정이다. 이 대표가 보유한 경영권 지분 1110만762주(30%)는 정담유통이 인수한다. 그와 동시에 FI로 참여한 '웨스트포인트 인베스트먼트(WESTPOINT INVESTMENT, LLC)'와 삼진글로벌넷·삼진앤컴퍼니도 지분을 전량 정담유통에 넘긴다.

그동안 웨스트포인트 등은 디딤 주식 개별 보유자로 보고했지만 경영권 매각과 맞물려 이 대표의 공동 보유자로 묶였다. 정담유통은 이 대표 등의 주식 1699만5917주(45.93%)를 인수해 디딤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거래 종료예정일은 다음달 29일이다.
눈길은 거래 방식에 쏠린다. 자본금 3억원의 정담유통은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총 거래대금 425억여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입 형태로 마련했다. 이와 관련 250억원에 달하는 자기자금 가운데 137억여원도 향후 차입금으로 변경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이 대표와 삼진글로벌넷, 삼진앤컴퍼니 등 매도자와는 거래액의 절반인 175억여원을 차입금으로 남겨뒀다. 즉, 이 대표 등 양도인이 매매금의 절반을 순차적으로 회수하는 구조다. 원리금은 3년에 걸쳐 매년 상환한다.

다만 웨스트포인트는 전체 보유 주식 594만주 가운데 300만주만 양도한다. 정담유통은 300만주 중 절반인 150만주는 거래 종료 후 1년 뒤부터 3년간 50만주씩 분할 취득할 계획이다. 이는 정담유통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한계 탓에 설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에 이 대표 등은 특약 조건을 걸었다. 차입금과 이자를 매년 상환일에 갚지 못할 경우 원리금에 상응하는 디딤 주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담유통이 배달 등을 디딤에 접목시켜 경영정상화를 이루면 이자를 포함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반대의 경우 지분을 회수해 경영권까지 찾아올 수 있다. 무엇보다 정담유통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이 특약은 디딤 지배구조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디딤 관계자는 "각 점포와 상생할 수 있도록 배달과 가정간편식(HMR) 등을 결합할 수 있도록 인수자 측과 노력하고 있다"며 "이 대표 등 주주들이 모두 차입금 형태로 남겨둔 것도 디딤이 잘하는 것과 인수자 측의 전문성 등을 결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씨플랫폼-엑스게이트, 손잡고 네트워크 보안 시장 공략
- [Company Watch]삼보모터스, 새 멕시코법인 첫 매출 '전기차 부품 거점'
- [i-point]아이씨티케이, WIPO 글로벌 어워드 최종 후보 선정
- [영상]항공시장 다크호스 대명소노, 티웨이항공에서 멈춰선 이유는
- 코스닥 오너의 투자조언
- [i-point]에이루트, 무상감자 결정
- [i-point]샌즈랩, 지식재산 경영인증 획득… IP 포트폴리오 강화 박차
- [i-point]한컴케어링크, 3년 연속 질병관리청 생산 과제 수행기관 선정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vs 라인메탈]주가만으로도 확실한 환원, 미래투자 차이점은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vs 라인메탈]안정적 배당 추구 vs 적극적 주주환원에 '알파'도 기대
신상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삼성E&A, '본드콜' 발생 태국 플랜트 계약 끊어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성장세 가파른 '인도' 공략 본격화
- [토목 엔지니어링 뉴 리더십]'오너 2세' 황규영 건화 대표, 상장 전 수익성 회복 과제
- [토목 엔지니어링 뉴 리더십]건화, IPO 재추진…도화엔지 색 지운다
- [건설리포트]SK에코플랜트, '용인 반도체' 날개 달았다
- [토목 엔지니어링 뉴 리더십]도화엔지, 미완에 그친 지배구조 안착 '안갯속'
- [토목 엔지니어링 뉴 리더십]곽준상 도화엔지 부회장, '신재생·EPC'로 새 지평 열까
- '반도체 소재' 더하는 SK에코플랜트, 효과는 내년으로
- [대광그룹은 지금]'오너 2세' 조영훈 회장, 대광건영으로 지배구조 재구축
- [대광그룹은 지금]풍부한 유동성, 사업 확장 위한 M&A 베팅 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