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따라잡기와 차별화로 빅테크 잡는다"[은행권 DT 전략 점검]③황원철 우리은행 DT추진단장
김민영 기자공개 2021-02-08 13:00:00
[편집자주]
연초부터 주요 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화(DT)를 완성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예대마진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워진 금융 환경,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로 대표되는 거대 IT 공룡의 금융권 진출 등 위협이 커진 탓이다. 디지털화는 기성 은행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주요 은행의 디지털 담당 임원들에게 어떤 방향성과 전략을 가지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4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전환(DT) 전략은 ‘따라잡기와 차별화’로 요약된다. 생활 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은행만이 할 수 있는 고품질의 서비스로 고객에 차별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야 말로 기존 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에 대항할 수 있다는 현실 자각에서 나온 결론이다.이미 카카오뱅크로 대표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 같은 핀테크사는 낮은 금리와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기존 은행의 고객 일부를 빼앗아 갔다. 이들 신생 금융회사들은 신용대출, 예금, 포인트 적립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지점은 여러 금융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고를 수 있게 하는 점이다.
기존 금융권 입장에서는 예·적금, 신용대출, 포인트 적립 등을 핀테크사만큼 파격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러나 이런 기초적인 금융서비스는 저렴한 비용과 빠른 서비스가 핵심인데 1000개 가까운 영업점을 보유한 은행과 영업점이 단 1개도 없는 인터넷은행·핀테크사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결국 은행이 핀테크사를 따라잡기(catch-up)하는 형국에서 핀테크사를 따라 하기만 해선 디지털 혁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런 현실 인식을 우리은행에 이식한 이가 있다. 2018년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첫 외부인재로 발탁한 황원철 DT추진단장(부행장보·사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벨과 서면으로 만난 황 단장은 “우리은행은 핀테크, 빅테크 및 인터넷은행 대비 오랜 기간의 업력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리스크 관리 등 내실화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사업영역에 있어서도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기업금융, 글로벌 비즈니스, 자산관리(WM) 영역 등 금융 고유영역에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함으로써 디지털 비즈니스 커버리지를 확장할 수 있다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사가 하지 못하는 기업 간 거래(B2B), 거액 자산가에 대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등을 모바일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황 단장은 HP, KB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에서 금융 결제시스템,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을 총괄한 디지털 전문가다. 현재 우리은행 DT추진단장과 함께 우리지주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겸직하고 있다.
임원 문호 개방으로 우리은행에 합류한 황 단장은 2018년 본부장으로 영입돼 2019년 상무, 지난해 부행장보로 연달아 승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황 단장 영입 이후 우리은행은 과감한 모바일 앱 개선에 나섰다.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이모티콘, 채팅 등 비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하던 걸 중단하고 금융서비스 본질로 돌아갔다. 은행 앱에서 고객이 가장 원하는 건 무엇보다 빠른 접속, 빠른 조회와 이체, 적절한 금융상품 추천이었다.
우선 대표 모바일 앱인 ‘원(WON)뱅킹’을 대폭 개선했다. 은행 디지털 서비스 제공의 핵심채널로서 2019년 8월 WON뱅킹을 리뉴얼한 이후 상시적인 상품 개발과 서비스 프로세스 개선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 5월부터 은행, 우리FIS, 외부개발업체 직원 100여명이 전면 투입돼 대규모 업데이트와 상시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 공략에도 나섰다. 웹툰 캘러버레이션 상품 출시, 모바일 환경에 맞는 특화 상품 개발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연락처 이체 서비스, 보안·인증서비스 간소화,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 등 고객 관점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고객의 금융생활에 밀착된 서비스를 출시했다.
황 단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전반의 DT로 결국 소비자, 공급자 등 경제주체 모두에게 DT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에 따른 모바일 기반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모멘텀 역시 강화될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전반적인 DT는 모바일 앱을 넘어서 은행 전체로 확산하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은행의 IT 기업화를 위해 사업부서와의 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작년 말 대면과 비대면 영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해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했다. 대면과 비대면 영업전략 수립과 고객 중심의 대면, 비대면 연계, 통합 영업추진의 역할을 부여했다.
아울러 DT 중요성 확대에 따라 디지털 관련 사업그룹 외에 일반 사업그룹 내에서도 디지털 관련 부서 또는 팀을 만들었다. 특히 기업 대상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그룹 내에 기업디지털솔루션부를 뒀다. 이 부서는 기업고객 대상 업무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기업 전자금융 마케팅·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황 단장은 “기업그룹뿐만 아니라 WM, 글로벌 등 주요 사업그룹 내에 디지털을 전담하는 팀을 배치해 전행의 디지털 사업 추진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금융권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우리은행도 ‘오픈 핀테크 플랫폼’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또 하나의 차별화 전략을 꾀할 계획이다.
황 단장은 “은행 내부적으로는 대면 업무의 비대면 전환을 지속 확대해 심리스한(seamless·매끄러운) 고객경험 확장을 추진하고 대외적으로는 기술력 있는 핀테크 업체 및 유통, 통신 등 이종 산업과의 데이터 제휴 등 파트너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룹 공동으로 마이페이먼트 대응 간편 결제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마이데이터 기반 비대면 WM 서비스 전반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등 고객 관점의 혁신적인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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