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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산은, 한진칼 주주제안 '재탕'...'특혜 논란' 의식?이사·감사 추천 빠져…"제도화 목적"

유수진 기자공개 2021-02-17 08:32:1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5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한달여 앞두고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보냈다. 주요 주주로서 한진칼이 건전·윤리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사회적책임 이행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작년 말 유상증자 참여(5000억원)로 3대주주에 오른 이래 첫 공식활동이다.

다만 제안이 전혀 새롭지 않고 사실상 '재탕'에 그친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칼이 이미 실시하고 있거나 3자연합이 정관 반영을 추진했던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경영 감시를 위한 '핵심' 내용은 빠졌다. 일각에선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 아니냔 해석을 내놓는다.

산업은행은 설 명절 직전인 지난 10일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현행 상법상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해선 주총 6주 전까지 안건을 보내야 상정이 가능하다. 정기 주총의 경우 전년도 주총일(3월27일)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달 13일이 마감일이다. 기한 마감 전 '막차'를 탄 셈이다.

하지만 정작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11월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7대 의무' 이행을 약속했다. 그 중 첫번째가 산업은행이 한진칼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에 대한 지명권을 갖는 것이다.

한진칼이 산업은행과 약속한 '7대 의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는 산업은행이 '특혜 의혹'에 선을 그으며 강조하던 경영권 감시 수단의 일환이기도 하다. 후보 추천이 곧 선임을 의미해 어떤 인물이 이사회에 들어가게 될지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에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칼과 별도의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주주제안과 별개로 그쪽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며 "주총 전에 추천할 예정이지만 아직 후보자가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산업은행의 제안은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성별 다양화 △ESG경영위원회 설치 △보상위원회 설치 등으로 채워졌다. 단순히 이 같은 내용을 실시하라는 게 아니라 정관에 '명문화' 하라는 주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진칼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고 있다. 2019년까진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았으나 작년 초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이사회가 선출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이후 이사회는 김석동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뽑았다.


여성의 경영참여 확대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이사회를 특정 성별의 이사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 이사를 포함하란 뜻인데 한진칼 이사회에는 이미 여성 사외이사가 있다. 법률전문가인 최윤희 이사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제고'라는 동일한 이유로 작년 3월 주총에서 신규 선임됐다.

보상위원회 역시 이사회 산하에 마련돼 있다. 한진칼은 이사 보수와 경영진 평가 보상의 객관성·투명성 확보를 목표로 2019년 11월 보상위를 설치했다. 사외이사(3명)로만 구성된 보상위는 등기이사와 경영진의 보수 한도, 보상 체계를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ESG경영위원회 설치가 유일하게 새로운 이슈다. 최근 재계 트렌드나 한진그룹 차원의 ESG경영 확대 움직임을 고려할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공으로 해석된다.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작년 8월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관련 이행사항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다만 모든 안건들은 작년 3월 주총을 앞두고 3자연합이 한진칼에 제안했던 정관변경안과 일치한다. 당시 3자연합은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며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보상위원회·ESG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성별 다양성 확보도 이들이 꺼내들었던 화두다.

산업은행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은행 측은 "금번 주주제안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건전·윤리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충실한 주주역할 수행의 첫 걸음"이라면서도 "제안내용은 과거 기타주주들도 제안해온 안건"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에게 특혜를 준다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주주제안을 추진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 한진칼과 선을 긋고 일반주주와 동등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혜 의혹은 작년 11월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했을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 개입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후 양 측은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지난 3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개최한 '건전한 항공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과제' 토론회에서도 관련 의혹이 언급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한진칼이 (경영권) 이슈가 있어 대표이사-의장 분리와 위원회 설치 등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임의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며 "그걸 막기 위해 제도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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