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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3대주주' 산은의 주주제안, 통과 전망...판 주도하나3자연합·조원태 회장 측 찬성 가능성 높아, 작년엔 13건 전부 '부결'

유수진 기자공개 2021-02-17 08:32:44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6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주주제안한 안건들이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최대주주인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과 2대주주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 측 모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측의 지분율을 합치면 80%에 육박한다.

3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단순 '캐스팅보터'를 넘어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판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주주제안에 앞서 3자연합과도 일부 교감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산업은행이 최근 주주제안한 내용을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업들은 주주제안이 들어오면 해당 주주가 권리 행사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와 제안 내용이 법령·정관 등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에 산업은행이 제안한 내용은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성별 다양화 △ESG경영위원회 설치 △보상위원회 설치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을 실시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명문화' 하라는 주문이다.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아예 정관에 못박아 지속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주총 6주 전 주주제안을 했다는 점에서 결격사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용 역시 현행법이나 정관에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안들은 작년에 3자연합이 한진칼에 주주제안했던 내용 중 일부와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한진칼은 모든 안건을 주총에 올려 표결에 부쳤다.

한진칼 관계자는 "관련 법에서 정하는 절차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관변경안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의결정족수 기준이 높아 처리가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주총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진칼처럼 지분구조가 양분돼 있는 경우엔 더욱 어렵다. 어느 한쪽의 반대가 곧 부결을 의미한다.

실제로 작년 한진칼 주총에서는 정관변경안 13건 모두 처리가 불발됐다. 3건은 한진칼 이사회가, 10건은 3자연합이 제안했던 내용이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며 서로가 상대의 안건에 반대표를 찍은 결과다.

2020년 3월 주총 당시 지분구조

당시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율은 33.45%, 3자연합은 31.98%였다. 양측 모두 가결 기준(출석률 84.93%)인 56.63%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부결 기준인 28.32%는 넘겼다. 자신의 안건을 통과시키진 못해도 상대의 안건을 막을 수는 있었던 셈이다. 결국 모든 의안이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새 3자연합의 지분율은 41.84%, 조 회장 측 역시 37.31% 가량으로 늘었지만 산업은행(10.66%)이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소한 산업은행이 제출한 안건에는 양측 모두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한진칼은 ESG경영위원회 설치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사항을 이미 이행하고 있는 상태다. 수년간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지배구조 개선에 힘쓴 결과다. 물론 자발적인 실시와 제도화는 다르지만 최근 재계의 추세 등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고집을 피울 명분이 마땅치 않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ESG위원회 설치도 긍정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이 작년에 주주제안했던 내용. <출처:공시>

3자연합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의 제안이 작년 자신들이 했던 주주제안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대를 할 명분이 없다. 반대표를 던지면 자기 부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한진칼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는 명분도 잃게 된다.

특히 3자연합은 올해 주총에서 최대한 산업은행에 협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주제안 시도 자체를 접은 것도 산업은행을 의식한 조치다. 주총에 안건을 올리려면 지난 13일까지 주주제안을 보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통과가 어려울 거란 이유다. 산업은행과의 교감을 거쳐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3자연합이 올해 주주제안을 하더라도 산은의 표를 얻지 못하는 등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싸우는 모습 대신 주주로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별도로 주주제안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자연합은 추후 산업은행이 추천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7대 의무'를 약속한 조 회장 측은 무조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사실상 산업은행의 제안 모두가 다음달 주총에서 처리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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