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설립 SBI홀딩스, '엑시트→확장' 전략 선회 SBI저축은행·인베스트와 시너지 염두, 지주사 체제 구축 정지작업
류정현 기자공개 2021-02-17 08:11:12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6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랜기간 '철수설'에 휘말렸던 SBI홀딩스가 국내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아닌 확장을 선택했다. 캐피탈사 설립 계획을 알리며 추가적인 국내 투자를 선언한 것이다. 특히 캐피탈사 설립은 일본 본사와 별도로 국내에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SBI홀딩스는 최근 경영공시를 통해 조만간 한국에 SBI캐피탈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SBI저축은행, SBI인베스트먼트, SBI핀테크솔루션즈 등 현재 3개 금융사로 구성된 한국사업 포트폴리오를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SBI캐피탈은 기업금융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을 많이 다룬 SBI저축은행과 국내 벤처캐피탈(VC)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SBI인베스트먼트와의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인베스트먼트가 갖춰놓은 기업금융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존재하고 있다"며 "SBI캐피탈이 이를 충분히 활용해 초기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언급했다.
당장의 리테일금융 진출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리테일금융은 영업을 위주로 고객모집에 나서야 하는데 처음부터 시도하기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금융권 리테일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높아 초반부터 들어가기는 어렵다"며 "또한 영업 인력이나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캐피탈사 설립은 SBI홀딩스가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배당이나 매각 등의 일반적인 자금회수 방법을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BI홀딩스는 2013년 현대스위스1~4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받지 못했다. 일본계 금융회사에 집행하는 배당은 국부유출로 보는 여론 때문이었다. SBI홀딩스가 저축은행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3500억원이었고 회수는 거의 이루지 못했다.
SBI저축은행 매각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산 규모 10조원이 넘어가는 등 덩치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척도인 순자산(자본총계)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10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인수에 이정도 자금을 투입할 원매자를 찾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라리 국내 사업을 확장해 일단 수익 저변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SBI홀딩스 자체가 규모가 작지 않은 데다가 한국 계열사들이 나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기도 하다.
특히 SBI저축은행은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서는 자산규모 및 수익성에서 선두 자리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산 10조원이 넘는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이 유일하다.
2020년 결산 기준으로 결손금도 모두 해소될 전망이다. 인수 8년 만에 경영정상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SBI홀딩스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발생한 결손금은 모두 4697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남은 금액은 약 150억원이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결산 기준으로 따져보면 장부상 결손금은 모두 사라질 예정"이라며 "다만 인수 당시 현대스위스2~4저축은행 결손금은 합병 법인의 자본조정 항목으로 넣어놔 실제 결손금은 아직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캐피탈 설립은 향후 지주사 설립에 나서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이 결손금을 다 갚더라도 배당보다는 유상감자를 통해 지주사 설립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내부 전언이다. 캐피탈 설립 역시 지주사 체제 구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SBI홀딩스는 1999년 7월 SoftBank Investment corporation으로 출범했다. 일본 내에서 금융업은 물론이고 자산관리, 바이오 등에 걸쳐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인도 등 약 21개국에 진출해있으며 최근에는 외국 금융회사들과 연계해 암호화폐 합작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당장 지주사 체제 구축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 지주사 설립에 관한 논의는 SBI홀딩스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라며 "홀딩스에서 공시하는 것 외에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는 자료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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