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SRI채권 효과 ‘측정’에 초점…사후관리 ‘만전’ SK건설·롯데렌탈 인증평가 보고서로 사업 본격화, 차별화 성공할까
이지혜 기자공개 2021-02-22 13:10:50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8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첫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평가 보고서를 냈다. SK건설과 롯데렌탈이 같은 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인증평가 보고서가 동시에 공개됐다. 한국기업평가가 사업을 개시한 지 약 한 달 반만에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한국기업평가는 SRI채권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발행사의 자료에 의지하기보다 자체적 역량을 동원해 이런 자료가 사실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 측정했다.
또 사후관리도 그린워싱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채권 만기가 돌아오거나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자금 운용내역을 살필 계획이다.
◇환경 개선효과 객관적 측정 목표…투자자 신뢰 제고 목적
SK건설과 롯데렌탈은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SRI채권 인증보고서를 첨부했다. SK건설과 롯데렌탈은 이번에 공모 회사채를 녹색채권으로 찍기로 했는데 둘다 한국기업평가에서 인증평가를 받았다.
평가결과는 좋았다. SK건설과 롯데렌탈은 G1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는 녹색채권 등 SRI채권을 다섯단계로 나누어 인증등급을 부여한다. G1은 최고등급으로서 채권 발행대금이 적격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비중이 높고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절차, 조달자금 관리체계, 공시 수준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뜻한다.
SK건설과 롯데렌탈의 인증평가 보고서는 한국기업평가에게 의미가 깊다. 올해 1월 ESG 인증 평가방법론을 내며 사업을 본격화한 이래 처음 발간한 보고서다.
업계 관계자는 “SRI채권 인증시장은 회계법인 대 신용평가사의 대결구도가 형성됐다”며 “첫 보고서는 수주 확대 여부를 결정지을 만큼 크게 주목받는 만큼 한국기업평가가 특히 만전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SRI채권 인증실적을 쌓은 기관은 한국기업평가를 포함해 딜로이트안진,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4곳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 가운데 가장 늦게 첫 보고서를 냈다.
한국기업평가가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는 요소는 프로젝트의 환경영향 검토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녹색채권의 효과를 직접 검증하고 측정하고자 했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ESG경영과 SRI채권 발행에 나선 것인지 자발성 여부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기업평가의 인증평가를 향한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한국기업평가는 단순히 발행사의 자료를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체적 프로세스를 활용해 SK건설과 롯데렌탈의 온실가스 저감량 등 환경개선 효과를 계산했다. 그 결과 SK건설의 녹색채권은 2만738톤의 CO₂eq(최대 발행량 3000억원 기준), 롯데렌탈은 연간 4496톤 CO₂eq의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직접 판단했다.
SRI채권을 인증평가하는 ESG인증평가팀은 사업가치평가본부 중에서도 에너지&인프라부문에 소속돼 있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했다. 사업가치평가본부 인력은 모두 53명으로 국내 신용평가사 중 최대 규모다.
한국기업평가는 녹색채권 발행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데이터로 남기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환경 개선 효과가 가장 큰 기업을 가리고 기업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만기까지 사후관리, 그린워싱 방지 목표
한국기업평가는 SRI채권의 사전인증과 사후보고에 대한 인증평가를 일괄 수주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SK건설과 롯데렌탈도 마찬가지다. 특이점은 발행사의 사후보고 종료 시점이다.
SK건설과 롯데렌탈은 채권 만기가 돌아오거나 프로젝트를 끝낼 때까지 해마다 연 1회 사후보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자금을 모두 배분할 때까지 사후보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기업평가는 SK건설과 롯데렌탈의 SRI채권을 대상으로 정기평가와 수시평가를 진행한다. 정기평가는 발행사가 사후보고를 게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평가는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생겼을 때 이뤄진다. SRI채권 인증등급은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유효하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지켜보는 시선이 없다면 발행사는 그린워싱 유혹을 느끼고 투자자는 신뢰를 잃어 SRI채권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며 “다만 모든 SRI채권을 무조건 만기까지 관리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22년이 신용평가사의 사후관리가 투자자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평가받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올해 녹색채권을 비롯해 SRI채권 발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21년 사후보고 시점이 몰린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한국기업평가는 과거부터 투자자의 신뢰를 높여 발행사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왔다”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다소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엄격한 사후관리가 시장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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