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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 칼 뽑아든 현대중공업그룹, 변신 성공할까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 도입...올해 재해율 목표 0.179 이하로 설정

조은아 기자공개 2021-02-24 10:03:21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2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그동안 ESG경영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워낙 무거운 산업이다보니 시대적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기도 어려운 데다 최근까지는 말 그대로 '생존'에 급급하느라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첫발을 내디딘 건 현대중공업그룹이다. 국내 조선사 가운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ESG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 선임하고 ESG실무위원회를 신설했다. 전 계열사가 ESG경영을 실천하도록 하는 동시에 각 계열사 이사회에 ESG 관련 성과 등을 보고하는 프로세스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의지는 가삼현 사장이 직접 CSO를 맡았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이끄는 인물로 그룹 내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1982년 입사해 40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았다. 그룹 안팎에서 가 사장이 차지하는 위상 등을 볼 때 그만큼 ESG경영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직책의 이름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가 사장의 직책은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다. 미국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등장한 개념이지만 국내에서는 보통 CSO가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로 통하는 만큼 매우 생소한 직책이다. 주요 기업 가운데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를 도입한 곳은 ESG경영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해온 금융권, 이 중에서도 신한금융그룹 뿐이다.

이 자리는 말 그대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자리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우케미컬, 듀폰 등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차례로 CSO를 기용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익을 많이 내더라도 환경파괴 기업으로 낙인찍히면 영속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위기의식 아래, 주로 환경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에서 먼저 도입하기 시작했다.

글로벌기업의 CSO는 상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주요 계약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 기업에 유무형의 이익을 안겨주기도 한다. 과거 환경과 안전을 당당하는 부서가 돈을 쓴다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 오히려 돈을 벌게 해주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CSO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환경과 안전을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수익을 높이는 적극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ESG 관련 투자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8년 1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ESG 채권 발행액은 2019년 25조7000억원, 2020년 5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녹색채권을 발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1월 4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으며 현대중공업은 3월 1500억원 규모로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게 ESG경영은 올해로 예정된 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IPO)와도 직결돼 있다. 조선업이 전통적 중후장대 산업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어 기업공개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업의 성장성과 함께 현대중공업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둘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친환경’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1분기 평가한 한국조선해양의 2020년 ESG 통합등급은 B+다. 2017년과 2018년 B+에서 2019년 A로 올라섰으나 다시 한 계단 내려갔다. KCGS는 한국조선해양의 환경부문과 사회부문에 B+ 등급을 내렸고, 지배구조무분은 A 등급으로 평가했다. 지배구조부문 등급이 점차 개선된 것과 달리 환경부문과 사회부문에서는 뒷걸음질 혹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환경부문의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친환경 쪽에 투자한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부문은 노동조건, 산업안전과 보건, 인권, 제품의 품질과 안전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에게 근로자의 안전문제는 고질적 문제다. 잊을 만하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6월 앞으로 3년 동안 안전분야에 모두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충호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본부장을 안전 자문위원(전무급)으로 영입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혁신 자문위원회도 확대 개편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안전경영 목표를 ‘중대재해 제로(0)’와 ‘재해율 0.179 이하’로 설정했다. 재해율은 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로 올해 목표치는 지난해 목표치인 0.215보다 17% 이상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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