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에 베팅한 조현식 부회장, 성공할까 올해 첫 도입된 분리선출제 활용, 출석률 변수…기타주주 표심 확보 '핵심'
유수진 기자공개 2021-02-26 09:59:49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부회장)가 '3%룰'을 활용해 배수진을 쳤다. 자신의 대표이사직을 걸고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을 추진한다. 작년 말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고 대주주 의결권이 개별 3%로 제한된 데 따른 것이다.동생인 조현범 대표이사(사장)가 사실상 조 부회장 추천 인사의 이사회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 상법이 우회로를 터준 모양새다.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 감사위원이 있어 반드시 1명 이상을 분리선출해야 한다. 조 부회장은 3%룰을 고려해 '해볼만한 싸움'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앤컴퍼니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올릴 안건을 확정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도 검토된다. 조 부회장은 이사회 개최 하루 전인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주제안 사실을 공개하며 안건 상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조 부회장의 제안은 간단하다. 자신이 추천하는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에 선임하라는 요구다. 선임 절차가 완료되면 현재 맡고 있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직까지 걸었다.
현행법상 특정 인물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우선 선임한 뒤 감사위원으로 선출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사전 절차 없이 곧장 표결에 부치는 분리선출 등이다. 후자는 기존에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던 것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당초 조 부회장은 전자를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몫이 74%에 달하는 지분구조 특성상 주총에 이사 선임안을 올리기만 하면 통과가 기정사실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감사위원 선임안 표결시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안건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조 부회장의 후보 추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하기로 노선을 바꾸게 된 배경이다. 현재 사추위는 이사회와 구성원이 동일해 조 부회장과 조 사장, 사외이사 3명이 모두 들어가 있다. 사실상 이사회가 퇴짜를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확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지만 단일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이 제동을 걸었을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동생(조 사장)이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이사회 내 입지도 좁아진 상태다.
그나마 작년 말 상법 개정으로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며 이 교수의 이사회 진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분리선출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도록 한 제도다.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땐 개별 주주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된다.
물론 모든 기업이 올해부터 감사위원을 분리선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위원이 있는 상장사에 한해서만 의무가 생긴다. 한국앤컴퍼니는 다음달 전병준·김한규 위원의 임기가 끝나 개정안 시행 첫해 적용 대상이 됐다.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주주제안 받은 이 교수 외 다른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할 수도 있다.
조 부회장은 3%룰 적용을 감안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의결권이 줄어들지만 단일 최대주주인 조 사장의 제한 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감사위원 선임시 보유 지분 42.9% 중 3%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40% 가까운 지분율이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3%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작년 9월 말 기준)는 △조현범 사장(42.90%) △조현식 부회장(19.32%) △조희원씨(10.82%) △국민연금(5.21%) 정도다. 이 밖에 3~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있을수 있으나 공시상 확인은 불가능하다. 이들 모두 주총에서 보유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감사 선임시에는 예외적으로 3%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조 사장과 조 부사장, 조희원씨, 국민연금 등의 의결권이 발행주식총수의 3%(279만605주)로 모두 동일하다. '3%룰' 적용시 의결권 행사 가능한 주식 총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각자 8.89% 가량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감사 선임을 위해선 출석 의결권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조 사장과 조 부회장이 표대결을 벌일 경우 기본적으로 조희원씨와 국민연금의 표심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출석률에 따라 충분히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출석률이 60% 이상일 경우 둘 중 한명이 주요주주 전부를 우호세력으로 포섭하더라도 나머지 주주들의 지지 없이는 과반 확보가 불가능하다.
이는 보유 지분율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외인이나 기관,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들의 표심이 최종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분율 3% 미만 주주들을 적극 공략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
조 부회장이 전날 경영권 분쟁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논란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임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 전문가로 평가되는 이 교수를 후보로 추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교수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들어가 회사 발전에 기여할 거란 기대감을 심어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
다만 한국앤컴퍼니 이사회가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이미 사추위가 한 차례 거부한 전력이 있는 만큼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조 부회장 측이 안건상정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추가 대응에 나설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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