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 '대표 사임·감사 추천' 노림수는 기존 대리인 외 경영권 분쟁 일가견 '케이엘파트너스' 선임, 지배구조 전문가 이한상 교수 추천
김경태 기자공개 2021-02-26 09:59:3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조현식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 밖의 수를 던졌다. 경영권 분쟁에 일가견이 있는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대표이사 사임이 포함된 주주 제안을 밝혔다. 지배구조 전문가를 직접 만나 감사위원 후보로 올리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로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24일 재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이날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를 통해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사진)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서신을 공개했다. 아울러 조 부회장은 이 교수를 선임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조 부회장은 이달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이사회에 공식 제출했다. 그리고 이날 한국앤컴퍼니 주주에 서신이 발송됐다. 그는 서한에서 작년 불거진 핵심 경영진 및 대주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 밝혔다.
그간 조 부회장은 외부로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을 되도록 자제해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너 일가 측근 사이에서는 조 부회장이 적극적인 외부 발표에 나서는 등 세를 결집시키지 않아 사실상 반(反) 조현범 사장 연대 구축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이날 발표 내용과 과정을 통해 파문을 일으켰다. 먼저 케이엘파트너스가 조 부회장의 새로운 우군으로 등장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작년까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과 함께 횡령·배임에 관한 재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광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와 별개로 작년 여름경 법무법인 원 소속 홍용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홍 변호사는 재계 가족 분쟁에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적이 있다. 고 이맹희 회장이 2012년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 소송에 참여한 전문가라 조 부회장이 분쟁을 염두에 두고 도움을 받는 것으로 풀이됐다.
케이엘파트너스 역시 경영권 분쟁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곳이다. 최근 금호석유화학 건에서는 박철완 상무 편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 부회장을 대리하는 이은녕 변호사와 김선호 변호사 모두 기업법무, M&A, 분쟁 등 기업 업무 전반에 관한 법률 전문가다.
조 부회장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이 교수를 추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교수는 지배구조 전문가로 2019년 12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이 됐다.
그는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KCGI의 강성부 대표와도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작년 KDB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빅딜 절차에 관해 문제제기를 했다. 강 대표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발기인이기도 하다.
조 부회장은 주주 서신에서 "이 교수와 같은 거버넌스 전문가가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다면 우리 회사가 기존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일소하고 탄탄한 기업 거버넌스 위에서 진정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이 교수를 선임하는 방안에 대해 이사회 구성원과 입장이 엇갈렸지만 주주제안 형태로 밀고 나갔다. 이 때문에 만약 사측이 내달 주총에 다른 후보를 올리면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또 조 부회장은 이 교수를 직접 만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부회장과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다"며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가 되달라는 확정적인 제안은 이번 주 월요일에 직접 만나 듣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한국앤컴퍼니에 객관적으로 경영권 분쟁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조현범 사장이 지분 42.9%를 보유해 압도적인 1대주주인 지분구조 때문이다. 나머지 남매의 지분율은 조 부회장은 19.32%, 장녀 조희원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0.83%, 차녀 조희원씨 10.82%다.
이날 조 부회장의 발표와 관련해 다른 남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이사장 측은 "건강한 지배구조는 조 이사장이 계속 필요하다고 얘기해 오고 있었고 취지는 공감한다"며 "대표 사임은 조 부회장의 독자적 결정이라 특별한 입장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과 관련해 "원래 경영권 분쟁 때문에 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건강상태 확인하고 평소 소신을 지키려는 취지였기 때문에 소를 취하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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