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공모 SOFR채권 포문…벤치마크 역량 입증 [Deal Story]한국물 첫 등장, 투자시장 한계 극복…저금리 기류 속 미국 투심 압도적
피혜림 기자공개 2021-03-04 09:52:2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3일 1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첫 공모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연동 변동금리부채권(FRN)이 등장했다. KDB산업은행은 이번 발행으로 시장 개척과 동시에 벤치마크 역량을 톡톡히 드러냈다. 이번 딜은 미국 시장까지 공략한 아시아 최초의 SOFR 연동 FRN이다.기관들의 사자 행렬이 한결 주춤해진 점은 관전 포인트였다. 저금리 기조와 연이은 가산금리(스프레드) 하락 등으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자 한국물에 대한 아시아 투심이 이전보다 약화됐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변동성도 한층 고조됐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은 미국 투자자 등의 화답에 힘입어 흥행세를 이어갔다.
◇공모 SOFR채권 첫 등장, 금리 경쟁력은 아직
KDB산업은행은 3일 12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에 성공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 변동금리부채권(FRN)과 3년·5.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구성해 각각 3억달러, 4억달러, 5억달러씩 배정했다.
KDB산업은행은 이번 3년물 FRN의 금리 기준점을 리보(Libor)가 아닌 SOFR로 설정해 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SOFR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하루짜리 레포(RP) 거래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금리로, 2012년 리보 조작사건 이후 미국의 대체 단기지표로 부상했다.
미국과 영국 등 각국 금융당국은 2023년 6월 이후 리보 사용을 중지하고 SOFR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응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사모 SOFR연동 변동금리부채권을 찍기도 했으나 아직 공모 발행을 이뤄지지 않았다.
KDB산업은행은 이번 조달로 아시아 기관 중에서도 선제적으로 SOFR로의 변화에 대응했다. SOFR 연동 FRN의 경우 아직까지 시장 초기 단계인 탓에 투자층 형성 등이 미흡해 공모 조달이 쉽지 않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은 비교적 투자층이 두터운 미국을 공략해 발행에 성공했다. KDB산업은행은 이달 1일 미국 시장에 투자설명서(OC) 등을 배포하고 투자자들에게 SOFR 트랜치 등에 대한 피드백을 수용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섰다.
SOFR 연동 FRN가 첫삽을 떴지만 금리 경쟁력이 아직 미미한 점은 한계다. 이번 3년물 FRN 스프레드는 SOFR에 25bp를 더한 수준이었다.
이를 고정금리로 환산 시 미국 3년물 국채금리(3T)에 23bp를 가산한 수치로 추정된다. 같은날 3년물 고정금리부채권을 미국 국채금리 대비 20bp 높게 발행했다는 점에서 3bp가량의 금리차가 드러난다.
◇'시장 변동성·금리 매력 하락' 변수 속 미국 투심 부각
투자자 모집 전 금리 변동성이 완화된 점은 호재였다. 미국 5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까지도 0.5% 수준을 한참 밑돌다 지난달말 돌연 0.82% 수준까지 치솟았다. 금리 변동성 탓에 조달 불확실성이 심화됐지만 다행히 KDB산업은행 딜 직전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다.
다만 이번 딜로 KDB산업은행은 달라진 투자 기류를 확인하게 됐다. 저금리 기조와 꾸준한 스프레드 하락 등으로 채권 수익률이 낮아진 결과 한국물에 대한 주요 투자처였던 아시아 기관들의 사자 행렬이 이전보다 주춤해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미국 기관들의 투심에 힘입어 KDB산업은행은 모든 트랜치에서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3년물 FRN은 물론 3년·5.5년 FXD에도 미국 기관들의 주문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OFR 연동 FRN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발행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정금리부채권의 경우 이같은 현상에서 비껴가 있었던 터라 눈길을 끈다.
흥행에 힘입어 3년물과 5.5년물 고정금리부채권 스프레드는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 대비 20bp, 35bp로 확정했다. 이에 따른 쿠폰(coupon) 금리는 3년물과 5.5년물 각각 0.4%, 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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