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수소선박 게임체인저 될까 주관사단 5조~6조 밸류 제안…친환경 스토리 준비
이경주 기자공개 2021-03-05 13:00:16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4일 0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 주관사들로부터 5조~6조원대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제안 받았다.주관후보들은 글로벌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경영 기조 덕에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선박도 친환경으로 전환이 이뤄질 것인데 독자 엔진제작 기술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선두에 설 것이란 계산이다.
IPO밸류는 이 같은 미래가치를 녹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재무상태 기준으론 달성하기 어려운 공격적 밸류다.
◇최신 재무 기준 밸류는 4조원대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관후보들 대다수가 5조에서 6조원 사이 밸류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조선업도 시간의 문제일 뿐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성장 모멘텀을 주목한 밸류”라고 말했다.
5조~6조원은 현대중공업이 IPO를 공식화하면서 희망한 밸류와 일치한다. 올 1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지분의 약 20%를 신주로 발행해 1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주식수가 100주라면 신주발행으로 120주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20주에 대한 가치를 1조원으로 봤으니 전체 가치(120주)는 6조원이 된다.
IB업계에선 공격적 밸류로 봤다. 객관적 수치를 기반으로 한 밸류는 4조원대에 그친다. 공모 유인을 위해 적용하는 할인율까지 감안하면 3조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강국이다.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1위이며 핵심 경쟁사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모두 국내사다. 피어그룹이 비교적 명확해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 산출이 용이하다.
삼성중공업은 PBR이 1.04배다. 이달 3일 종가기준 시가총액(4조1643억원)에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4조81억원)를 나눈 수치다. 현대중공업 모회사이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PBR은 동일시점 기준 0.64배,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은 0.68배다. 대우조선해양 PBR은 0.9배다.
결과적으로 피어그룹 평균PBR은 0.81배다. 이를 현대중공업 지난해 말 기준 연결 자본총계(5조3608억원)에 곱하면 밸류는 4조3487억원으로 도출된다. 20~30% 할인율을 적용한 밸류는 3조440억~3조4789억원이다.
때문에 주관후보 제안밸류엔 미래가치가 2조~3조원 가량 더해져 있다.
◇엔진 경쟁력 주목…게임체인저 노릴 기반
주관후보들은 현대중공업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선박 엔진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엔진을 자체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도 뛰어나다. 중형엔진 브랜드인 힘센(HiMSEN) 글로벌 점유율이 25%로 세계 1위다.
글로벌 선박시장은 향후 수소나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움직이는 선박으로 교체수요가 일어날 전망이다. 이때 엔진 기술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시장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은 단계적 사업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은 수소 수송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외 국가들이 수소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을 노렸다. 그룹차원의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0월 한국선급(KR)과 선박 등록기관인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2만 입방미터(㎥)급 액화수소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서(AIP)를 받았다.
이 선박은 세계 최초 액화수소운반선이다. 대량의 수소를 선박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액화공정이 필수다. 수소는 영하 163도에서 액화하는 LNG보다 더 낮은 영하 253도의 극저온이 필요하다. 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을 요한다.
다음 목표가 수소·암모니아 선박시장 진출로 현재 관련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현대중공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독자기술을 갖춘 엔진을 꼽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되는 국면에 게임체인저로 부상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스토리 시간필요…중단기 실적전망은 저조
다만 친환경 사업이 당장 실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앞선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은 장기간 준비해야 할 사안으로 단기 실적엔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기차 1위 테슬라도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수주잔량 상으론 올해나 내년까진 저조한 실적을 낼 전망이다. 조선사업은 수주를 받은 이후 2~3년 후에 매출이 발생한다.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8조3120억원, 영업이익은 325억원이다. 당기순손실은 4314억원이다.
수주잔고는 2019년 12조2344억원에서 지난해 10조3153억원으로 2조원 가량 줄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해운 물동량감소와 함께 선박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1~2022년 매출은 수주잔고 기반으로 8~9조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저조한 선가와 비우호적인 환률, 강재가 인상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0~2%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수주가 회복세로 전환된 것은 긍정적이다. 2023년부턴 실적반등을 기대해 볼만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총 38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29억6000만달러(약 3.3조원)다. 올 연간 수주 목표액 149억달러의 19.9%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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