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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의 '현실적인' ESG 전략 [thebell note]

이정완 기자공개 2021-03-08 10:55:3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4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ESG 경영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신사업 차원의 움직임이 많다. 업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한다거나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사업을 줄이는 식이다. 하지만 DL이앤씨의 ESG 경영은 더욱 현실적인 접근에 초점을 맞췄다. 체질 개선에 ESG 전략을 접목시킨 모양새다.

DL이앤씨는 과거 대림산업 시절부터 'e편한세상', 'ACRO' 브랜드를 바탕으로 주택 사업에서 영업이익 대부분을 거둬왔다. 주택 사업은 매출 원가율이 플랜트와 토목 사업보다 낮아 수익성이 우수하다. 이런 기조 덕분에 DL이앤씨는 지난해 건설업에서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탁월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택 사업이 아닌 플랜트와 토목 사업 이익을 뜯어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9월 말 실적을 기준으로 주택 사업 영업이익은 6637억원이었지만 플랜트는 1151억원, 토목은 964억원을 나타냈다. 플랜트와 토목 사업 영업이익을 합해도 주택 사업의 30% 수준인 셈이다.

DL이앤씨의 플랜트와 토목 사업은 2018년까지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중동 지역 플랜트 저가 수주 여파와 국내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감소로 인한 토목업 위축 등이 원인이었다. 이 탓에 약 3년 전 2000명에 육박하던 플랜트 사업부 직원은 1400명까지 줄었고 토목 사업부 직원도 같은 기간 동안 1500명에서 1380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1월 대림산업에서 떨어져 나와 신설된 DL이앤씨는 플랜트·토목 반등의 계기를 ESG 강화 트렌드에서 찾았다. 플랜트 사업부에서는 수소에너지 생산과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시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수소경제의 주요 원료로 주목 받는 암모니아 생산 시설인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플랜트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이미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토목 사업부에서는 최근 건설업계에서 각광 받고 있는 수처리 분야 디벨로퍼 전략을 밝히며 고도화된 처리 기술을 선보이려 한다.

DL이앤씨의 플랜트·토목 ESG 전략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10여년 전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연구과제를 수행해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성격을 바꾸기 위한 대형 M&A를 실시하거나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ESG 아이덴티티를 새기는 DL이앤씨의 현실적인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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