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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가 장악한 사조 이사회, '독립·견제' 어렵다 사내이사 과다겸직·임원출신 사외이사 배치, 소위원회 사유화도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10 08:23:06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일가의 전횡을 막는 견제장치 중 하나가 '이사회' 제도다.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 이사회 제도는 사외이사, 소위원회, 이사 자격요건 등 안전장치를 만들면서 기계적으로 독립기능을 견지할 수 있도록 명문화 했다. 오너 중심의 독단이 아닌 다양한 주주가치를 고려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다.

하지만 사조그룹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독립 및 견제 기능을 무력화 하는 관행들이 곳곳에 보인다. 내부 임원출신이 사외이사를 맡거나 이사회 위원회를 사내 조직처럼 운영한 정황도 드러난다. 사조그룹 역시 기존 관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사조그룹의 지주사격인 사조산업은 총 7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는 3명이다.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이기 때문에 과반 이상의 사외이사를 둘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 구성이다.

하지만 사외이사 면면을 살펴보면 '독립성'이라는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20년 9월 말 기준 사외이사인 박길수 이사, 한상균 이사, 정학수 이사 3명 가운데 2명이 사조그룹 임원 출신이다. 박길수 이사의 경우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한상균 이사는 사조산업 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법상 퇴직한 지 일정기간 이상 지난 임원들은 사외이사로 선임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독립 및 견제기능을 확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사조그룹의 사외이사 돌려막기 관행도 주목된다. 사조산업의 박길수 이사와 한상균 이사는 사조오양과 사조대림의 사외이사 활동도 하고 있다. 사조대림의 조윤제 사외이사가 사조오양의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사내이사 역시 과도한 겸직을 하고 있다. 오너일가인 주 회장과 주지홍 부사장은 물론 이인우 사조시스템즈 대표이사도 사조산업, 사조대림 등의 사내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몇 안되는 경영진들이 사조그룹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그 정점에는 물론 오너일가가 있다.

이런 구태한 관행을 가진 사조그룹도 나름의 진화를 이룬 게 있다면 이사회 내 위원회 제도다. 자산총액 2조원을 넘는 상장계열사는 없지만 감사위원회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이밖에 이사회 내 인사·보수·감사·외환리스크관리 등을 두고 나름 전문성을 위해 분야를 세분화 시켰다. 상법 제393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위원회를 설치해 일부 중요사안을 제외하고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하지만 진화라고 여기는 위원회 제도에도 사조그룹의 사유화 흔적이 발견된다. 위원회 내 등기임원이 아닌 일반직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법상 위원회는 2인 이상의 등기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사조산업의 경우 이사회 내 인사위원회에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이 참여한다. 여기에 인사부서장까지 구성원으로 포함한다. 인사기본방침 및 인사제도, 징계 및 포상등을 심의 및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 업무보고가 아닌 '결정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외환리스크관리위원회에는 사내이사 1명에 자금팀장, 회계팀장, 외환관리실무자가 참여한다. 외환리스크 관리 계획을 설정하고 외환리스크에 대한 각종 한도의 설정 및 변경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엄연히 이사회 조직이기 때문에 등기임원으로 구성해야 하고 그 수도 2명 이상으로 설정해 놨지만 사조산업은 이 규정을 따르고 있지 않은 셈이다. 외환리스크의 경우 대표이사 단 한명만 등기임원인 만큼 위원회 규정 자체도 따르고 있지 않다.

이러한 관행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관에 감사위원회를 제외하고는 기타 '소위원회'를 추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법상 정관에 적시한 '위원회'라고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구속력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사회 내 소위원회라는 조직은 사내조직과 별반 다르지 않게 운영됐던 셈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상법상 규정한 소위원회의 취지와 맞지 않다.


사조그룹 역시 이사회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간파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경우 내부 출심 임원을 배제하는 방침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실제로 올해를 기점으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제도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 제도 외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소위원회 규정도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는 의미다.

사조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부출신 사외이사 관행 등 이사회 문제에 대해 나름 고민을 하고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며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 상당한 변화를 이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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