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나선 KT]스튜디오지니, '상무급 대표이사' 체급차 극복이 관건④윤용필 대표, 외부 경쟁보다 그룹 내 리더십 확보 시급
최필우 기자공개 2021-03-18 07:17:42
[편집자주]
20년째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KT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M&A로 그룹사를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하고 성장성을 갖춘 신사업을 확보하는 게 주요 과제다. AI·클라우드·로봇·헬스케어·미디어 등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태세다. 더벨은 밸류업에 나선 KT의 새 조직과 신사업 현황을 통해 KT의 리스트럭처링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현모 KT 대표의 가장 최근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작업은 KT스튜디오지니 설립이다. KT스튜디오지니를 그룹 콘텐츠 사업 총괄로 삼고 영상 제작 기능을 추가하면 KT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료방송 사업과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KT스튜디오지니는 2012년 같은 목적으로 설립됐던 KT미디어허브와 겹쳐진다. 콘텐츠 총책을 맡으려 했던 KT미디어허브는 설립 2년여 만에 본사로 합병되며 아픈 기억을 남겼다. KT스튜디오지니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그룹 내 콘텐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스튜디오지니에 드리운 미디어허브 그림자
이석채 전 KT 회장은 2012년 12월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하고 KT미디어허브를 설립했다. 그가 임기 내내 추진했던 탈통신 전략의 일환이었다. 당시만해도 KT미디어허브가 IPTV 사업을 운영하면서 콘텐츠 제작을 병행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콘텐츠 전문가도 야심차게 영입했다. 김주성 전 CJ엔터테인먼트 대표를 KT미디어허브 대표로 기용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그룹 콘텐츠 역량 결집과 모바일 콘텐츠 강화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2021년 현재 KT의 콘텐츠 사업 아젠다를 2013년에 일찌감치 제시한 셈이다.
청사진은 화려했으나 2014년 8월 김 전 대표가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남규택 당시 KT 마케팅부문장이 KT미디어허브 대표를 겸직하게 됐고 이듬해 3월에는 회사가 본사로 합병됐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KT미디어허브 실패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건 '리더십 부재'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KT그룹에는 KT, 스카이라이프, KTH, 올레뮤직(현 지니뮤직) 등 다양한 콘텐츠 계열사가 존재한다. CJ그룹 출신인 김 전 대표가 그룹사를 아우르긴 쉽지 않았다. 여기에 이 전 회장 퇴임으로 동력이 완전 상실했다.
KT가 외부에서 영입한 박철연 전 CJ ENM 사업전략담당과 윤용필 스카이라이프TV 대표(사진)를 공동대표로 기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박 대표가 콘텐츠를, 윤 대표가 미디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외부 출신 인사 만으론 리더십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KT스튜디오지니를 그룹 콘텐츠 사령탑으로 자리매김 시키는 건 윤 대표에게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능력 입증됐지만…그룹 사장단 통솔 가능할까
윤 대표는 전문성 측면에선 검증을 마쳤다. 스카이TV 대표 3년차였던 지난해 영업이익을 1년차 대비 두배 이상으로 늘렸고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불필요 채널을 정리해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고 조인트벤처 설립을 주도하는 등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다만 이같은 성공을 KT스튜디오지니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KT가 종합콘텐츠사 설립 발표 당시 공언한 대로라면 KT스튜디오지니는 그룹의 콘텐츠 투자, 기획, 제작, 유통, 전략을 총괄해야 한다. KT 손자회사인 스카이TV와는 무게감에 차이가 있다.
윤 대표는 제일기획에서 경력을 시작해 줄곧 스카이라이프와 스카이TV에서 경력을 쌓았다. 외부 출신이라는 건 차치하더라도 스카이라이프 그늘을 벗어난 적이 없어 정통 KT맨으로 분류되진 않는 인시다.
직급 측면에서도 다른 계열사 대표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 윤 대표는 KT스카이라이프 재직 당시 전무 직급이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KT그룹 상무 직급을 가진 임원에게 전무 직급을 부여한다. 이후 별도의 승진이 없었던 윤 대표의 KT 그룹 내 직급은 여전히 상무다.
윤 대표가 콘텐츠 유통 전략을 수립하려면 모회사 KT와의 협업이 필수다. 현재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은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산하 KT랩스 소관이다. 김 부문장은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IPTV 사업을 책임지는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은 전무다.
자회사로 눈을 돌려봐도 직급차가 존재한다. 전대진 스토리위즈 대표 정도만이 윤 대표와 같은 상무이고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와 이필재 KTH 대표는 부사장, 조훈 지니뮤직 대표는 전무다. 광고 비즈니스와 연계될 수 있는 나스미디어의 정기호 대표는 올해 부사장이 됐다.
결국 구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윤 대표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KT의 대규모 자금 투자와 계열사의 협조가 전제돼야 비로소 외부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은 10개 프로젝트 중 1~2개를 성공시켜야 본전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며 "8~9번의 실패가 전제돼 있기 때문에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리더십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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