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태계 리포트]네패스라웨,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핵심고리 '패키징'세계 최초 FOPLP 양산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 ↑
김혜란 기자공개 2021-03-22 07:46:47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국산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부장 기업들이 한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 뒤이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절호의 찬스와 함께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맞았다. 더벨은 슈퍼사이클에 대비하는 반도체 생태계 구성원들의 경쟁력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돼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반도체 업계에서 네패스라웨에 주목하는 것은 회사가 개발한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지금까지 국내 반도체 패키징 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고급 패키징 시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네패스라웨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인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력으로 세계 1위 대만 ASE를 뛰어넘었다. 올해 글로벌 팹리스의 FO-PLP 수주 물량 양산을 앞둬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패키징 산업이 고르게 발전해야 서로 시너지를 내며 커질 수 있다. 네패스라웨의 진화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패키징 시장서 소외된 한국…최첨단 패키징 기술은 단숨에 선두로
네패스라웨는 지난해 2월 네패스에서 FO-PLP 사업부가 분할해 탄생한 회사다. 분할한지 1년 사이 네패스라웨는 신규 FO-PLP 수주 물량을 담당할 충북 괴산 신공장 건설을 마무리 지었다. 세계 최초의 FO-PLP 전용 팹이다.
패키징이란 반도체를 보호하는 물질을 씌운 뒤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후공정 작업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 방식이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패키징 기술이었다. ASE와 TSMC 등 대만 기업도 FO-WLP 공정 기술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지금까지 10위권에 든 한국 업체는 없었다.
네패스라웨도 삼성전자 등의 외주를 받아 WLP 패키징 사업을 해왔지만 대만 기업들과 체급 차이가 컸다. 네패스라웨는 WLP 분야에선 ASE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FO-PLP 개발에 매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얼핏 보면 WLP와 PLP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PLP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FO-PLP 개발이 가능한 기업은 네패스라웨와 삼성전자, ASE 정도로 한정돼 있다. 삼성전자도 2019년 삼성전기로부터 PLP 사업부를 인수해 FO-PLP 기술을 개발 중이며, ASE도 마찬가지다.
WLP는 지름 30cm의 원형 웨이퍼에서 패키징하기 때문에 웨이퍼 일부가 버려진다. 하지만 PLP는 가로·세로 600㎜ 사각형 패널에 칩을 옮기기 때문에 한 번에 더 많은 칩을 패키징할 수 있다. 고객사의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훨씬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는 특히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진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대량 양산 방식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일괄 생산한다. 공정 개선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선 공정별 분업화가 이뤄진다. 공정 혁신만으론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7nm(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으로 내려오면서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공정 기술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향상하는 데 있어 후공정의 중요성이 보다 부각된다.
전 세계적으로 7nm 이하 극자외선(EUV)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두 곳이다. 이 중 팹리스와 파운드리, 패키징 산업이 고르게 발전한 TSMC에 파운드리 물량이 몰리는 것은 한국의 취약한 후공정 생태계와 무관치 않다.
예를 들어 글로벌 팹리스 입장에서 ASE 만큼 기술력을 갖춘 패키징 업체가 삼성전자 팹과 가까운 곳에 없다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를 맡기가 어렵다. 글로벌 팹리스들이 파운드리와 후공정을 TSMC와 ASE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국내에서 파운드리와 패키징이 한꺼번에 가능하다면, 공급처 다변화를 노리는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이 ASE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국내 기업으로도 눈을 돌리게 된다. 기술력이 뛰어난 패키징 업체를 밸류체인으로 확보하고 있느냐가 국내 기업의 파운드리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네패스라웨의 성장성에 주목해 지난해 BNW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8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네패스라웨는 FO-PLP 생산거점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올 초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장을 지낸 정칠희 고문이 네패스그룹 회장으로 이동해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정칠희 회장은 국내 반도체 신화를 만든 주역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앞둔 네패스라웨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네패스라웨가 첨단 패키징 기술 양산을 본격화하면 글로벌 팹리스 입장에선 선택지가 ASE에서 네패스라웨로 넒어진다"며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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