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에너지 전략 시프트의 핵심 '수소사업추진단' SK㈜·이노·E&S·건설 등 4개사 참여…권형균·하형은 그룹장 역할 주목
박상희 기자공개 2021-03-17 14:46:4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수소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SK와 현대차·포스코·한화·효성그룹 등이 수소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가운데 SK는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추진단을 발족해 수소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었다.SK는 수소사업추진단이 출범한 지 약 한달만인 올 1월 초 글로벌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 지분 9.9%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수소사업추진단은 어떤 인물들로 꾸려졌고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SK가 수소 사업 추진의 타당성 검토와 전략 수립을 진행한 것은 지난해 초다. 약 1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초 수소사업추진단 출범을 알렸다. 이틀 후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수소사업추진단장도 정해졌다. 추형욱 SK E&S 신임 사장이 CEO 인사와 동시에 수소사업추진단을 이끌게 됐다.
SK E&S 신임 사장이 수소사업추진단을 이끌게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그룹이 수소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가운데 SK E&S가 수소 사업의 핵심 계열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수소사업추진단에 SK E&S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SK E&S는 물론 투자 지주사인 SK㈜, SK이노베이션, SK건설 등 4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단장을 제외한 인원은 20여명인데, 각 계열사에서 5명 가량이 차출됐다.
산하 조직은 전략및사업개발그룹과 엔지니어링그룹으로 구성된다. 각 그룹 인원은 10명씩이다. 앞의 조직이 M&A를 비롯한 투자와 현대차와 포스코 등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논의한다면 엔지니어링그룹은 기술적인 측면을 고민한다.
전략및사업개발은 권형균 그룹장이 이끌고, 엔지니어링은 하형은 그룹장이 맡는다. 권 그룹장은 SK E&S를 거쳐 지주사에서 근무했고, 하 그룹장은 직전까지 SK E&S 소속이었다. 수소사업추진단은 현재 모두 지주사 소속이다. 임원은 단장과 2명의 그룹장 등 3명이다.
수소사업추진단의 조직과 인물은 SK의 수소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키가 된다. 임원 3명 가운데 2명이 SK E&S, 1명이 SK㈜ 소속이거나 소속이었다는 점은 수소사업추진안의 무게 중심이 어느 계열사에 쏠려있는지 짐작케 한다.
미국의 수소업체인 플러그파워 인수가 단적인 예다. 수소사업추진단을 출범하면서 SK가 밝힌 사업 추진 전략 중의 하나는 수소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회사 투자 및 파트너십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었다. 플러그파워 인수를 통해 실제 액션플랜에 들어갔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계열사 간의 협업이다. 수소사업추진단 멤버사 가운데 SK㈜와 SK E&S가 공동으로 플러그파워 지분 투자에 나섰다. 각 8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개별 계열사 단위로 추진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 건을 지주사와 계열사가 나눠서 자금 부담을 분담했다.
수소사업추진단에서는 지주사인 SK㈜도 계열사 못지 않은 역할을 한다. SK㈜가 순수 지주회사가 아닌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SK㈜는 2015년부터 순수지주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 뒤 최근까지 매년 1조원가량을 미래 먹거리에 투자해왔다.
현재 SK㈜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바이오나 수소 등 최근에 주목받는 신산업들로 채워져 있다. 올해 투자 포트폴리오도 4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기존 투자센터의 이름도 각각 첨단소재 투자센터, 그린 투자센터, 바이오 투자센터, 디지털 투자센터로 바꿨다. 앞으로 SK㈜의 투자는 이 4개 핵심사업 범위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의미다.
수소사업은 그린투자센터에 속한다. 이는 인사에서도 확인됐다. 권형균 그룹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담당 직책은 수소사업추진단 임원 겸 그린투자센터 임원이었다.
SK는 이달 초 SK인천석유화학에서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제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사업 실행에 착수했다.
SK의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된다. SK는 1단계로 2023년까지 인천시의 ‘바이오·부생 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 사업'과 연계해 부생수소 기반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액화 수소 3만톤을 공급한다.
2단계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Carbon Free) 청정수소 25만톤을 보령LNG터미널 인근지역에서 추가로 생산함으로써 글로벌 1위의 친환경 수소 기업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사업 추진회사인 SK E&S는 1단계 목표인 액화수소 3만톤 생산체제 달성을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SK의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만 보면 SK E&S가 핵심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액화수소 생산기지가 들어설 곳이 SK인천석유화학 내 부지다. SK인천석유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SK그룹의 에너지·화학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 모델로 인해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컸다. 수소사업추진단 멤버로 참여하게 되면서 친환경 비즈니스 계열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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