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新경영전략 점검]'벤처투자 DNA' 산은캐피탈, 투자금융 명가 '우뚝'④매각 이슈 털고 우량자산 중심 성장, GP 역량 강화 집중
이장준 기자공개 2021-03-24 07:32:49
[편집자주]
자동차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캐피탈사들이 기업·투자금융 등 분야를 넘보고 있다. 기대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성이 높지만 리스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심사 역량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새로운 수익처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캐피탈사들의 경영전략에 위협요인은 무엇일지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2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은캐피탈은 벤처투자회사 DNA를 안고 출범했다. 다수의 성공 사례를 족적으로 남기며 투자금융 '명가'로서 실력을 입증해왔다. 한때 매각 이슈에 휘말려 주춤하기도 했으나 탄탄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최근에는 GP 비즈니스 위주로 투자 역량을 강화하면서 우량자산 확충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모회사인 KDB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정책 과제에 발맞춰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잇따른 투자 성공신화, 수익성 '톱'
산은캐피탈의 모체는 1972년 한국산업은행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리스사인 한국산업리스다. 70년대 고도 경제성장기에 국내 기업을 상대로 산업설비 등을 공급하며 성장했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었다.
또 하나의 본류는 1984년 출범한 신기술금융사 한국기술금융이다. 1999년 한국산업리스가 한국기술금융에 합병되면서 사명을 산은캐피탈로 변경했다. 현재 리스보다 투자금융에 특화된 하우스로 거듭난 배경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봐도 투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산은캐피탈의 투자금융 자산은 1조8975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의 31%를 차지했다. 기업금융(일반대출, 부동산PF, 선박대출·리스, 팩토링) 자산까지 합치면 전체의 75%에 육박한다.
캐피탈업계에서 산은캐피탈은 '투자 명가'로 통한다. 1세대 벤처캐피탈로 바이오나 수소 등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산업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PE나 벤처투자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다수가 해당 분야에 장기간 경력을 쌓으면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굵직한 '성투' 사례가 많다. 초기 투자한 유망 중소·벤처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하면 지분 처분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식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지노믹트리, 엔지켐생명과학, 흥국에프엔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도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결실을 거뒀다. 약 5년 전 투자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SCM생명과학이 상반기 상장한 뒤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초기 투자금의 6배 이상 수익을 냈다. 5G 부품업체 와이팜도 코스닥에 입성하며 성공적으로 엑시트 했다.
산은캐피탈은 위기를 넘어 꾸준히 투자 성과를 내면서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다. 실제 산은캐피탈은 규모 대비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총자산은 작년 9월 말 기준 6조2054억원으로 신한(9조5123억원)·IBK(7조1565억원)캐피탈에 밀린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120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캐피탈사 중에서 '톱4'에 랭크됐다.
최근 5년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줄곧 2%대를 유지했다. 다른 기업금융계 신한·IBK캐피탈을 웃도는 수준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15.21%를 기록했다.
건전성 지표도 최상위권이다. 오랜 기간 업력이 쌓이며 영업과 심사 사이드에서 균형이 잡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0.56%, 0.63%를 기록했다. 기업금융에서는 부실이 '제로'에 가깝고 타사와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하면 산은캐피탈이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PE 영업조직 확장, 안정적 포트폴리오
지난해 초 전영삼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투자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기업금융은 우량자산 위주로 확충하고 투자금융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투 트랙' 접근법이다.
기업여신의 경우 시장 유동성도 풍부하고 경쟁도 치열해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낮은 수익성을 메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기보다는 우량자산 위주로 끌고 갈 계획이다. 통상 신용등급 BBB 이상 회사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위해 리테일자산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동차금융과 개인사업자대출 등 소비자금융자산은 1조4426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의 24%를 차지했다. 신용평가사도 다른 기업금융계 캐피탈사보다 산은캐피탈의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부족한 수익성은 투자 부문에서 채운다. 과거부터 같은 기능을 하는 복수의 투자금융실을 두고 '선의의 경쟁' 체제를 유지해왔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딜을 놓치지 않도록 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신한·IBK캐피탈도 이를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한 모델로 통한다.
작년에는 투자금융본부 산하에 GP 업무를 전담하는 PE영업단을 신설했다. 최근에는 이를 PE영업실로 승격하고 인원을 충원하며 힘을 실었다. 다만 코로나19로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예전부터 벤처나 PE 쪽에 타사보다 일찍 진출해 수익을 낸 만큼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독자적으로 딜을 발굴하고 LP들을 모아 운용하는 등 GP로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모회사인 산업은행과도 호흡을 맞춰 성과를 내고 있다. 부동산PF, 인수금융, 신디케이션론 등 산은이 주도하는 다양한 딜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산은의 주요 정책 과제에 발맞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탄소 배출 기업에 대출을 중단하기보다는 녹색금융 등 신산업 투자업무를 하는 식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획관리본부 산하에 ESG 관련 업무를 기획하고 통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미래혁신단이라는 조직을 꾸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