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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약업 접은 롯데, 왜 엔지켐이었을까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효과…CMO 경쟁력은 모호

심아란 기자공개 2021-03-24 07:37:2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가 제약업에 손을 뗀 지 10년 만에 바이오 진출 소식을 알렸다. 신사업 도전을 위해 코스닥 상장사의 '지분 인수'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롯데가 점찍은 투자처는 엔지켐생명과학으로 합성신약 개발, 원료의약품 위탁생산(CMO) 등을 주력인 바이오텍이다.

바이오 업계는 롯데가 이번 투자로 얻을 실익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효과에도 관련 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CMO 역량이 경쟁사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엔지켐생명과학을 택한 배경에 물음표가 붙는다.

롯데지주는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23일 공시했다. 이는 전날 롯데가 엔지켐생명과학의 2대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다. 롯데는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투자와 관련해 명확한 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바이오 사업' 진출 의지는 분명했다.

롯데가 공식적으로 바이오 사업을 언급하는 건 10년 만이다. 2011년까지 그룹에는 롯데제약이 존재했다. 2002년 롯데제과가 일양약품 계열의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업체인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였다.

당시 롯데는 건기식 사업에 그치지 않고 일반의약품(OTC)을 통한 제약업으로 확장을 기대했으나 GMP 의무화 등의 규제 장벽이 높아지면서 사업 성과가 미진했다. 결국 2011년 롯데제약은 롯데제과에 흡수합병되면서 그룹 내 제약 사업은 명맥이 끊겼다.

이후 롯데는 유통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승승장구했다. 그 사이 삼성과 SK 등 다른 대기업은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 등 대기업의 바이오 성공 사례를 지켜보면서 바이오사업 재진출 필요성을 체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수의 바이오업체 가운데 롯데가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매입을 택한 배경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아 보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양사간 접촉은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다. 시너지가 구체화되지 않은데다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투자만으로 건기식이나 원료의약품 CMO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은 원료의약품 CMO 사업부에서 295억원의 매출액과 18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규모가 18% 가량 감소하면서 적자폭도 커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꾸준히 부(-)의 수치를 기록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효과는 기대해볼 만하다.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개발명)를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에 대한 임상은 2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작년 8월에는 FDA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도 승인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측이 신약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준비해 왔는지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상황"이라며 "후발주자로서 신사업에 접근하는 방식이 여타 대기업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을 글로벌 1위 수준으로 올려놨다. SK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SK바이오팜의 신약 FDA 승인을 이끌었다. SK는 트랙레코드를 쌓은 해외 업체들을 인수해 합성·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의 몸집을 키우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CMO 사업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인력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SK도 20년 전 화공 인력들이 지금의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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