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공정거래 트래커]하이마트, '유통법 vs 고객편의' 파견직 업무 판결 촉각'납품업체 직원' 타사 제품 판매 금지, 소비자 불편 등 매출 저하 우려도
박규석 기자공개 2021-04-09 08:16:40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민주화'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공정경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재계에 더 날카로운 칼날이 드리워졌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소상공인과 상생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위권 대그룹과 달리 여전히 구태 흔적이 역력한 유통기업들은 이제 비로소 변화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의 공정거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전 양판업계는 오랫동안 특정 브랜드 소속 판매직원이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타사 제품을 대신 판매해 왔다. 법적으로 자사의 브랜드만 취급해야 하지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관행처럼 판매가 이뤄졌다.국내 최대 전자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A브랜드 판매 직원이 B브랜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해 왔다. 보통 혼수와 이사 등으로 한 번에 많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편의와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행위와 관련해 하이마트에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기존 판매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하이마트가 공정위의 제재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으로 재판 결과가 가전 양판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공정위 시정명령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하이마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31개 납품업체로부터 1만4540명의 종업원(이하 파견 직원)을 파견받아 5조5000억원 규모의 다른 업체 제품까지 판매하도록 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하이마트와 제휴 계약이 돼 있는 카드 발급과 이동 통신·상조 서비스 가입 등 제휴 상품 판매 업무를 지시한 부분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하이마트는 매장 청소와 주차 관리, 재고 조사 인사 도우미 등의 업무에도 파견 직원을 동원하기도 했다. 납품업체로부터 160억원을 부당하게 받아 지점 회식비 등으로 쓴 부분 역시 과징금 부과 등에 이유 중 하나였다.
실제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하이마트와 같은 대규모 유통업자(연 매출 1000억원 이상)는 특정 기업 파견 직원을 타사 제품 판매 등에 활용할 수 없다. 파견 직원은 납품한 상품의 판매 및 관리 업무만 종사시켜야 한다. 이외에 다른 업무 역시 해당 직원에 부여해서는 안된다.
공정위가 이번에는 하이마트를 상대로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사실상 가전 양판업 전체에 주는 경고성 의미가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공정위는 하이마트에 대한 시정 명령과 동시에 ‘납품업자 종업원 파견 및 사용 가이드라인’을 일부 개정했다. 대형유통업체에 종업원을 공동으로 파견하는 경우 허용되는 파견 직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 규정에는 유통업체가 파견 직원을 납품업자 본연의 상품 판매·관리가 아닌 다른 업무에 종사시킬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만 명시되어 이를 명확하게 한 것”이라며 "하이마트가 가이드라인 개정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러한 규정은 특정 업체만 지정해 변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파격직원 업무 범주' 법정 다툼으로...조직구성 등 변수
공정위의 이러한 제재에 하이마트는 잘못된 부분을 ‘수정·보완’하고 있지만 파견 직원의 업무 범위에 대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달 4일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 시정명령을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 직원의 업무 범위를 두고 법적인 해석을 받기 위한 것이다.
하이마트는 현재 국내 대형 로펌을 선임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답변서 작성 등에 필요한 자료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향후 답변서 제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하이마트가 제출한 소장과 관련해 답변서 제출 여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라며 "내용 공개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며 최종 판결이 되기 전까지는 관련 상황에 대해 상세히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될 경우 하이마트와 공정위는 1심이 아닌 2심 재판으로 직행하게 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일명 공정거래법) 제55조에 따르면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등은 서울고등법원 전속 관할로 규정한다. 더불어 공정위의 심결 등은 사실상 1심으로 인정한다.
하이마트와 공정위간 법정 다툼은 가전 양판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 줄 경우 가전 양판점들은 파견 직원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반면 모든 브랜드 제품 판매가 가능한 본사 직원은 늘 수 밖에 없다.
가전 양판업 한 관계자는 "하이마트 등과 같은 영업 구조는 다른 가전 양판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판매 방식이나 조직 구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자칫 소비자 불편이 매출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사 직원을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을 해도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수년 전부터 비효율 점포 개선과 구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는 하이마트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전자랜드와 일렉트로마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자랜드와 일렉트로마트의 경우 본사 직원과 파견 직원의 비중은 각각 6:4와 8:2 수준이다. 직원의 비중이 4:6인 하이마트보다는 파견 직원이 적지만 본사 직원을 늘려야할 경우 인건비 상승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LG 하이프라자는 자사 제품 위주의 제품을 판매해 관련 파장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다는 평가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파견 직원에게 타사 제품 판매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일부 매장에서 이러한 행위가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관련해 법적인 해석을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파견직 이외에 해당하는 시정명령은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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