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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철수는 토종은행의 승리일까 [thebell note]

김현정 기자공개 2021-04-07 07:49:21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6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국계 자본이 한국에서 적응하기란 쉽지가 않았겠지요. 스타벅스 정도가 유일하지 않나요?"

얼마 전 시중은행 임원을 만났을 때 일이다. 최근 화두인 한국씨티은행 매각설 이슈를 꺼내자 '지금 같은 때엔 나도 좀 떠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꼭 농으로만 들리진 않았다.

'최대 자본·최고 인재 무장한 세계 최우량 은행, 한국 본격 진출' '토종 은행장들 "씨티은행 올테면 와"' '씨티은행 선진금융 기법 한수 배워야…'

2004년 2월 미국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3조1800억원에 인수했을 때 주요 언론의 대문을 장식했던 문구들이다. 금융권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 두 가지로 양분됐다. 선진국의 금융기법이 궁금하면서도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역시 컸다.

17년이 지난 지금 씨티은행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국내 시중은행은 사실상 없다. 출범 당시 씨티은행 시장점유율은 7%였지만 현재는 1.6%로 쪼그라들었다. 경영지표도 빨간불이다. 최근 3~4년간 ROE는 1~4%대를 머물렀고 대출자산도 줄곧 19조원대로 큰 진전이 없다.

씨티은행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불안정한 수익구조와 RM(Relation Manager)영업 부진 등 여러 원인이 거론돼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특수한 금융 환경에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외국계 금융사들에 한국 금융시장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로는 저성장, 저금리, 인구 고령화에 더해 ‘관치금융’이 꼽힌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는 내성이 강한 국내 금융사 외에는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는 얘기다.

씨티은행 역시 한국에서의 17년 동안 당국 규제를 놓고 본사와 수많은 논의를 벌였다.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 고배당 제재 등은 글로벌 그룹 본사에서는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작년 말에는 10년 넘게 분쟁이 이어져 온 키코(KIKO) 피해 기업 보상을 결정했다. 한국 규제당국의 완강한 의지에 따른 일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은 온갖 규제에 묶여 더욱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원리금 상환유예 금융지원, 가계대출 조이기, 배당 자제 등 규제 강도의 차원이 달라졌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우리도 같은 생각입니다'라는 태도를 요구받으며 금융당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 중이다.

씨티은행이 정말 철수할 수도 있고 철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 금융시장 위에 국내 시중은행들은 계속 영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정도는 아닐지라도 손 떼고 싶은 금융시장은 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회사의 무덤'이라는 평가가 선진국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토종 금융업체들의 승리로만 읽히는지는 않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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